이재명, 다음 행보는 당권잡고 국회입성?

새벽 3시47분 승복선언 이어
선대위 해단식서도 패배인정

"지금의 선택도 국민 집단지성
尹, 성공한 대통령 되길 소망"

향후 행보에 쏠린 눈

대권주자로 비교적 젊은 58세
2024년 총선·당권 시나리오도
與 상임고문 추대…지선 역할론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이 부족해서 패배한 것이지 우리 선거대책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당원·지지자 여러분은 지지 않았습니다. 모든 책임은 부족한 후보에게 있습니다. 여러분은 성과를 냈지만 이재명이 부족한 0.7%를 못 채웠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2시 민주당 선대위 해단식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한 번 패배를 승복했다. 이 후보는 "우리 국민의 위대함을 언제나 믿으며 지금의 선택도 국민의 집단지성 발현"이라며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선 박수를 보냈다. 이 후보는 "차기 정부가 국민을 보살피고,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역사의 흐름에 순응해 성공한 정부·대통령이 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말했다.


오전 3시 47분에 발표했던 승복 선언과 동일한 기조다. 앞서 이 후보는 패색이 짙어지자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모든 것은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여러분의 패배도, 민주당의 패배도 아니다"며 "모든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에게는 "분열과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의 시대를 열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민주당에는 무거운 침묵과 눈물이 가득했다. 의원 수십 명이 선대위 해단식에 참여해 '격려 박수'를 힘차게 보냈지만 굳은 표정은 그대로였다. 이 후보는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송영길 대표, 우상호 총괄본부장이 인사말을 할 때도 허공을 응시하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3분 동안 원고를 읽으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순간도 나왔다. 이를 지켜보던 의원과 당직자들도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하며 당사가 '눈물바다'가 됐다.

패배를 승복한 이 후보의 정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1964년생(58세)으로 대권주자로서는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해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는 평가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실책, 민주당의 '내로남불' 등으로 정권 교체 여론이 50%가 넘었음에도 윤 당선인과의 대결에서 석패하면서 재기를 모색할 기반을 마련했다. 또 예상보다 초접전으로 끝난 대선은 이 후보 특유의 개인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1614만표를 얻을 수 있는 힘을 보여줬고, 현재 민주당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주자를 꼽으라면 그래도 이재명"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당분간 쉬면서 정치적 진로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 일각에선 이 후보가 2024년 22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하고, 차차기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벌써부터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이 후보를 당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6월 지방선거에서 이 후보에게 역할을 부여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진보진영 대선후보 중 역대 최다득표를 획득한 이 후보가 선거전에 등판할 경우 민주당 후보의 지지세 확장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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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