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지 선언 후 극우 유튜버 공격받은 '1타강사' 황현필

저자 황현필 "그럼에도 영상 올린 건 역사가로서의 소명의식과 책임"

▲ 지난 2월 28일 유튜브 채널 '황현필 한국사'에 '[이재명vs윤석열] 우리가 뽑아야 할 대통령은?'이라는 영상을 올리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한 황현필 역사 강사.
"나라 구한 황현필"
"이번 대선 기간 접한 미디어 중 가장 정확하고 간결하게 왜, 누구를 찍어야 하는지 알려줬다. 용기에 감사하다."


7일 기준 62만 조회수를 올린 유튜브 채널 '황현필 한국사'에 올라온 '[이재명vs윤석열] 우리가 뽑아야 할 대통령은?'이라는 영상에 달린 3만 4000여 개 댓글 중 일부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이런 방송을 올렸겠냐", "정권이 바뀌면 엄청난 박해가 이어질 텐데 꽃길을 마다하고 가시밭길을 선택했다. 선생님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등 다수 댓글이 '고맙다'라는 내용이다.


해당 영상을 올린 황현필 강사는 지난 4일 오후 "솔직히 말하면 영상 공개 후 플러스 마이너스를 따졌을 때 득이 되는 게 한두 가지라면 손해는 여덟아홉은 된다"면서 "그럼에도 영상을 찍어서 올린 건 정말로 단순하게 역사가로서의 역사적 소명의식과 책임을 다한 것"이라는 소회를 밝혔다.

"만약에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상황이 크게 벌어졌다면 저는 가만히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박빙이 되는 현재 상황에서 제가 유튜브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떠오르더라고요. 그 순간 찍어야겠다 생각했고, 실제 찍고 보니 의외로 너무 차분하게 잘 나와서, 그래서 사고 치자는 생각으로 올린 겁니다."

결과는 제대로 사고를 쳤다. 여러 언론이 그의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을 주요하게 다뤘다. 각계각층 인사들의 지지선언이 이어지는 와중에 역사 강사의 지지선언으로는 상당히 큰 파급력을 보였다. 그가 지난해 말에 출간한 <이순신의 바다>를 바탕으로 '윤석열 후보를 원균으로, 이재명 후보를 이순신으로' 비유한 것이 이목을 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외교와 안보, 국방을 원균 같은 이에게 맡길 수 있냐"


실제로 황현필 강사는 해당 영상에서 윤석열 후보가 왜 원균과 비교가 되는지를 자세히 언급했다. 그는 "윤석열 후보는 그냥 대통령이 되고 싶은 자인 것 같다"면서 "능력은 없으면서 자리만 탐하는 윤석열은 바로 원균 같은 자"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에 대해 황 강사는 "원균은 일본군이 한반도에 상륙할 수 있도록 무능함을 보였다"면서 "어찌 21세기에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이 유사시에 일본군이 한반도에 상륙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냐. 전시상황에서 우리의 외교와 안보, 국방을 원균 같은 이에게 맡길 수 있냐"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윤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위원회 주관 2차 TV토론에서 '유사시 한반도에 일본이 개입하도록 허용하는 것인데 합의할 것인가'라는 심상정 후보의 질문에 "한미일 동맹이 있다고 해서, 유사시에 들어올 수는 있지만, 그것을 전제로 하는 동맹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에 대한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영상이 공개된 후 관련 기사를 연달아 보도하며 황 강사를 비판적으로 다뤘다. 특히 황 강사가 전남대 사범대를 나와 교직을 거쳐 EBS, 수능, 공무원 강의 등을 통해 한국사를 가르쳤다고 언급하며 그의 출신 지역이 호남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황 강사가 '6.25전쟁과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황 강사는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6월 28일 서울을 빼앗겼을 때 '친애하는 우리 수령 김일성 장군 만세'라고 외친 신문이 조선일보"라면서 "조선 같은 대형 언론사가 다시 한번 지역과 색깔론을 드러내며 공격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 기자들이 언젠가는 조선일보에 몸 담았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할 날이 올 것"이라고 답했다.

황 강사가 언급한 원균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의 후임으로 삼도수군통제사에 임명된 장군이다. 그러나 당대 최고 수준의 조선 수군을 모두 끌고 나가 칠천량 바다에서 져 정유재란의 빌미를 제공한 인물이다. 이후 이순신은 나머지 12척의 배를 수습해 다시 전선에 나갔고, 진도 울돌목에서 일본 수군 133척의 배를 맞아 승리했다. 그것이 명량해전이다.

◇"보수정권 거치며 역사 교육 부재로 이어졌고 그것이 현재 나타나는 것"


응원 댓글이 다수지만 황현필 강사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도 유튜브 댓글을 통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일부 극우 유튜버들이 황 강사를 직접 언급하며 소위 좌표를 찍고 공격을 하도록 종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영상에는 "윤서인 영상 보고 왔다. 둘이 배틀 한 번 해라"라는 식의 조롱 섞인 댓글이 심심치 않게 달리고 있다.
만화가 윤서인씨는 지난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독립운동가 후손과 친일파 후손의 집을 비교하는 사진을 올리며 "친일파 후손들이 저렇게 열심히 살 동안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도대체 뭘 한 걸까. 사실 알고 보면 100년 전에도 소위 친일파들은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고 독립운동가들은 대충 살았던 사람들 아니었을까"라고 말해 비판을 받았던 인물이다.

황 강사는 "많은 수의 10대와 20대 청년들에게 일부 극우 유튜버들의 채널은 공영방송 MBC 이상의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100만 조회수는 가볍게 나온다"면서 "보수정권을 거치며 근현대사를 포함한 역사 교육의 부재로 이어졌고 그것이 현재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권은 일부 교과서에 대해 좌편향 시비를 걸며 논란을 부추겼어요.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가 필수로 봤던 국사와 근현대사 과목을 통합시켜 한국사로 만들어버립니다. 박근혜 정권은 이 상태에서 50점 만점에 30점, 3등급만 맞아도 서울대에 갈 수 있도록 절대평가로 바꿔놨어요. 일선 학교에서는 근현대사를 가르치지 않기 시작한 거죠."

황 강사는 "이러다 보니 많은 학생들이 정말로 태조 왕건과 태조 이성계도 헷갈려 할 정도로 역사의식이 없다"면서 "애석하게도 빈 자리를 유튜버들이 대신해 친일적이고 가학적인 역사관을 갖게 됐다. 학교에서 교육을 통해 무엇이 올바른지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라고 진단했다.

황 강사는 "지금 역바연에서 여러 선생님들과 준비하는 것도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면서 "최소한 젊은 친구들한테 올바른 역사를 계속 알리고 그것이 전파될 수 있도록 책을 쓰려고 한다. 식민지근대화론과 대한민국 수립과정, 4.3항쟁, 5.18, 위안부 문제 등 왜곡돼 있는 역사를 풀고자 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24일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 용인 역바연을 찾아 우리나라 역사 전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황 강사와 함께 이야기로 풀어냈다. 황 강사는 이때 "이재명 후보가 너무나 훌륭한 역사관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판단했고 그것이 지난달 28일 공개 지지 영상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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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