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어준씨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신천지가 개입해 이낙연 전 대표를 찍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 정치권에서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낙연 전 대표(62.37%)가 이재명 후보(28.3%)를 크게 이겼는데, 여기에 10만명에 달하는 신천지 세력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이낙연계는 김어준씨의 발언을 두고, "갈라치기 하지 말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어준씨는 지난 18일 공개된 유튜브 '다스뵈이다'에서 "민주당 마지막 슈퍼위크 때 갑자기 10만명이라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그때 우리 셋 머릿 속에는 신천지가 떠올랐다"고 주장했다. 김어준이 언급한 세 명은 본인 외 여론조사업체 윈지코리아 박시영 대표와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다.

해당 방송에서 박시영 대표는 "종교 집단이 (개입)한 것 같다"고 말했고, 김어준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게, 마지막 슈퍼위크 때는 권리당원도 투표율이 확 떨어진다"며 "10만명을 한 번에 움직이려면 10만명이 우선 누군지 미리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개별적인 권리당원들은 누가 했는지 서로 모른다. 10만 명이 하나의 조직 안에 있어야 한다"면서 "그리고 자발적인 돈 내는 권리당원도 귀찮아하는 걸 실행에 옮길 충성도가 높은 집단이어야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하면서 '신천지 개입설'에 불을 지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경선 당시 이낙연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민주당 김철민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김씨의) 거듭된 의혹 제기에 정말로 황망해진다"며 "당시 조직본부를 총지휘했던 저는 신천지의 '신' 자도 들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그저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저희로서도 놀라운 마지막 성과를 거뒀을 뿐"이라며 "민주진보세력을 갈라치기 하지 말라"고 밝혔다.

윤영찬 의원 역시 "김어준씨 신천지 발언에 유감"이라며 "자신이 이해하지 못 하는 여론 흐름을 특정 종교의 '작업'이나 '음모론'으로 해석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나도 젊은 시절 기자였지만 영향력을 가진 방송인이라면 취재를 통한 근거를 갖고 말해야 한다. 김어준씨와 다른 두 분의 '떠오른 생각' 외에 신천지 종교단체가 우리 경선에 개입했다는 근거가 있냐"면서 "음모론으로 여론을 판단하는 경솔함은 정치에 대한 혐오만 더하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경선 당시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매번 김씨가 음모론을 제기했다가 아니면 말고 식으로 넘어가는 일이 많다"며 "당 전체가 이 사람 말에 영향을 받고 끌려가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방송을 접한 이 전 대표 지지자들도 SNS를 통해 "우리를 신천지라 하다니 황당하다", "또 음모론이냐"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