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부터 대장동까지..대선 앞두고 무뎌지는 檢칼끝

"찔끔찔끔 수사, 정치적인 의도 있는지 의심도"

▲ [사진=연합뉴스 ]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유력 대선 후보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유야무야될 우려가 제기된다. 과거 대선 과정에서도 주요 후보를 둘러싼 수사는 선거판을 흔들었지만 대선이 다가올수록 검찰의 칼날은 무뎌지곤 했다. 이번 대선도 여야 후보를 둘러싼 '대장동 의혹'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지만 검찰은 '대장동 5인방'을 재판에 넘기는 것 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민간 사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주고 금전적 대가를 받은 '50억 클럽' 의혹 중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권순일 전 대법관 등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박 전 특검 딸 계좌로 총 11억원을 지급한 사실을 확인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에 총 5903가구를 개발하는 약 2조원 규모의 사업으로, 개발 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아닌 민간 사업자 화천대유가 수백억원대 배당금을 받은 게 골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때 벌어진 일이라 이 후보 지시가 있었는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대장동 의혹에는 '부산저축은행 대출 비리 의혹'도 있다. '대장동 5인방' 중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관여한 개발업체가 부산저축은행에서 1155억원을 대출받으면서 불법 알선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대검 중수부가 대출을 주선한 이의 계좌 추적까지 했지만 참고인 조사로만 끝내 뭉갠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당시 주임 검사는 대검 중수2과장이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대선 후보들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로 이 후보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부실장을 지난달 뒤늦게 소환한 검찰은 지난 3일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의 사퇴 강요 의혹과 관련해 정 부실장과 이 후보를 무혐의 처분했다. 이 후보에 대해선 소환이나 서면 조사 없이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봐주기 수사' 논란도 일고 있다.

지난 8일 보완 수사 지시가 내려진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이재명 부부 갑질 의혹'도 수사 무마 또는 '꼬리 자르기'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후원금 고발 사건은 수사 무마 의혹 당사자인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보완 수사를 지휘한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겠냐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여기에 공수처가 수사 중인 윤석열 후보에 대한 △옵티머스 펀드사기 사건 부실 수사 의혹 △고발 사주 의혹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 등에 대한 수사도 대선 전까지 결론이 나오긴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과 공수처 안팎에선 대선 직전 유력 후보들에 대한 수사를 벌이는 것 자체가 수사기관으로선 상당한 부담이 되고,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대선 후 처리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검찰의 칼끝이 무뎌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7년 BBK 주가 조작·다스 의혹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BBK와 BBK에 거액을 투자한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일었다. 검찰은 대선을 한 달가량 앞두고 특별수사팀을 꾸렸지만 무혐의로 결론 났다. 이후 정호영 특검팀은 당선인 신분인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재수사를 벌인 끝에 BBK에 거액을 투자한 '다스의 실소유자'는 이 전 대통령으로 결론 나며 결국 징역 17년이 선고됐다.

이에 앞서 1997년 15대 대선 직전 제기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에 대한 670억원 규모 비자금 의혹 수사도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이 '대선 전 수사 마무리 불가' 등을 이유로 수사 유보를 결정했지만 여당의 수사 착수 요구와 청와대 지시설 등 잡음이 따랐다. 법조계에서는 당시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수사를 공식 유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법조계에선 이번 대장동 의혹 등 대선 후보들을 둘러싼 사건에 대해서도 과거 대선 전 불거진 권력형 사건과 비교하며 검찰의 '눈치 보기'를 의심하는 시선이 적잖다.

검찰 출신인 한 변호사는 "대선 유력 후보에 대한 의혹 수사에 대해 검찰이나 공수처가 정파의 유불리를 따져 수사를 정무적으로 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검찰이 '찔끔찔끔' 수사를 하면서 무혐의로 바로 해야 하는 것도 결과 발표를 대선 이후로 끌고 가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최진녕 변호사는 "비리 수사를 할 때 '몸통'을 봐야 한다"며 "(대장동 의혹도) 범죄 혐의의 근원은 어디인지 찾아서 발본색원하는 게 수사 본질인데, '그분'에 대한 수사는 겉돌고 있는 사실이 씁쓸하다"고 전했다. 이어 "대선 정국에서 정치 개입 논란이 있다는 이유에서 수사를 지지부진 끌고 있는 건 이해한다"면서도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수사를 끌고 왔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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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