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양성안·주 52시간 탄력 적용 빠져
투자지원 규모도 美·中·日 한참 못 미쳐
예타 면제 조항·세제 혜택도 부실해져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임원 출신으로 국내 반도체 전문가로 손꼽히는 양향자 의원은 26일 "당에서도 (반도체) 특별법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는 만큼 후속 보완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 세계가 반도체 패권전쟁에 돌입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최근 이른바 '반도체 특별법'을 제정하며 지원 고삐를 당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투자 규모는 미국·중국·일본 등에 한참 못 미친다. 인력 양성 정책도 마찬가지다. 특별법까지 내놓았지만 정부의 반도체 지원책이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시행에 들어간다. 반도체 특별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K-반도체' 지원을 강화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정부가 반도체 특별법까지 만든 건 세계 패권 경쟁이 반도체에 달려있다는 강한 위기의식에서다. 지난해 5월 'K-반도체 전략'이란 칼을 빼든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반도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지원금 규모를 보면 우리나라와 다른 선진국 격차가 크다. 미국은 '반도체 제조 인센티브 법안'을 의회에서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미국은 2026년까지 총 520억 달러, 우리돈 약 6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반도체 R&D와 관련 기업 지원에 투입할 계획이다.
중국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2014년 6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 반도체산업 발전 촉진 강요'를 발표하고 이후 꾸준히 지원책을 늘려가고 있다. 특히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여년간 1조 위안(약 17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총 55조원 규모 국가반도체펀드를 조성해 투자를 집행했다.
반도체 강국이던 일본도 최근 정부 투자를 강화하며 위상 되찾기에 나섰다. 일본은 지난해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구마모토현에 짓는 공장에 보조금 4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정부 지원 규모는 이를 크게 밑돈다. 지난해 발표한 K-반도체 전략을 살펴보면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R&D 사업 1조원, 신개념 반도체(PIM) 사업 4000억원, 설비투자 특별자금 1조원 등 전체 투자액이 3조원에도 못 미친다. 이마저도 당장 집행하는 게 아닌 2028년 또는 2029년까지 최소 10년 단위 지원액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반도체 특별법에 반도체 기술 개발과 관련한 예비타당성(예타) 면제 조항을 넣긴 했지만 원안보다 까다로워졌다. 기업 투자를 촉진할 세제 혜택도 예상보다 부실해졌다. 업계 숙원인 주 52시간 근무 유연제와 수도권 소재 관련 학과의 정원 확대는 특별법에서 아예 빠졌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최근 들어서 반도체 품귀현상이 벌어지다보니 시장 중심으로 굴러가는 반도체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고 있다"며 "7월부터 출범되는 첨단전략산업위원회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잘 해주길 바라고 있지만, 미래 경쟁력을 위한 반도체 인재 육성 관련은 시급히 해결해야 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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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