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0도 이상의 불볕더위가 계속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요즘 같이 무더위가 이어지는 여름철은 일교차가 큰 환절기나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 시즌 못지않게 심혈관 질환에 주의가 필요한 때다.
기온이 올라가면 사람의 몸은 열을 발산하기 위해 말초 혈관을 확장시키며 땀을 흘리게 되고, 그렇게 확장된 말초 혈관으로 피가 몰리면서 혈압이 떨어진다. 이럴 때 심장은 혈액을 몸에 공급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심박동 수가 빨라지고 심근 수축이 증가하는 등 심장에 부담이 늘어난다.
폭염은 특히 심혈관질환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심혈관질환의 선행질환을 가진 고위험 환자들은 여름철 더위에 질환 발생 예방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미국심장학회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섭씨 32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뇌졸중 환자는 66%, 심근경색 환자는 20%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되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작년 뇌졸중·급성심근경색으로 내원한 환자수는 더위가 심해지는 7월에 가장 많았고, 이는 한 겨울인 1월과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정욱진 교수는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체온이 상승했을 때, 피부 혈류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심박출량을 증가시키는 능력이 저하되어 있다. 따라서 온열질환에 걸리기 쉬우며, 덥다고 갑자기 찬물로 샤워하는 등 급격한 체온 변화를 주게 되면 심장에 무리가 가니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심혈관질환이 있을 때 탈수로 인한 혈액농축은 심혈관계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기에, 평소 충분히 물을 마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강한 생활습관 병행도 필수적이다. 보건복지부의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9가지 생활 수칙’에 따르면 담배는 반드시 끊고 술은 하루 한두 잔 이하로 줄이도록 한다.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되 채소와 생선은 충분히 섭취하고,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며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 스트레스를 줄이는 생활을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정기적으로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을 측정하고,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을 앓고 있다면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필요 시 약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저용량 아스피린’은 심혈관질환을 경험한 적 없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허혈성 심장질환의 가족력,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비만, 당뇨병 등 복합적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에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심혈관질환의 ‘1차 예방효과’와 이미 심혈관질환을 경험한 환자에서 혈전(피떡) 생성 억제를 통해 심근경색, 뇌경색 등 심혈관질환의 재발과 이와 관련된 사망을 예방하는 ‘2차 예방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평소 심혈관질환 자가 체크 리스트 등을 통해 자신을 심혈관계질환의 고위험군으로 생각한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고려할 수 있다.
정욱진 교수는 “폭염으로 인해 땀을 많이 흘리면, 혈액의 농도가 짙어져 생긴 혈전으로 관상동맥 혈관이 막혀 심근경색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갑자기 발생한 흉통이나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이 30분 이상 지속되고 심해진다면, 빨리 병원을 찾아 응급조치를 받아야 한다.”며 “심혈관질환 재발 예방을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다면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고,전문의와 상담 없이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하거나 용량을 조정하면 안 된다. 미국 심장학회(AHA, America Heart Association)에서 보고된 바와 같이, 환자들이 아스피린을 복용하다 중간에 중단하면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사람보다 3년 이내 심장발작 또는 뇌졸중을 겪을 확률이 37%나 높은 ‘리바운드’ 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몸 상태를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건전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등 스스로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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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