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봉쇄령' 내린 중국·베트남
러시아 '곡물', 아르헨 '소고기' 수출 규제
'디지털원자재' 반도체 공급난에…'반도체 민족주의'도 가열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물가상승(인플레이션) 공포가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지는 가운데, 자국 내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이른바 '인플레 안보' 강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철강, 식량 등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자원부국을 중심으로 자원 수출 제한 등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중국이 대표적이다. 철광석, 석탄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반짝 긴장한 중국은 가격 통제를 위해 시장 감독 강화에 나섰다. 특히 철강업계엔 사실상 ‘봉쇄령’이 떨어졌다.
중국은 올초 철강 수출환급세를 없앤 데 이어 지난달부터는 수출관세를 인상했다. 각 물량을 내수로 돌리라고 지시한 셈이다. 동시에 수입관세는 잠정 철폐해 수입을 적극 장려함으로써 철강재 공급과 가격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5월 중국 철강재 수출량은 527만1000t으로, 4월 797만3000t에서 한달 사이 34% 급감했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중국의 수출 규제로 전 세계 철강 수급이 불안해지자, 베트남 정부도 지난달 자국 철강업체에 생산을 늘리고 수출을 제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주요 철강 수출국을 중심으로 '철강 봉쇄령'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며 철강재 공급난과 가격 상승은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다.
식량 수출 통제도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 국가가 국제 농산물 시장에서 곡물과 소고기를 각각 수출하는 주요 국가인 러시아와 아르헨티나다.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6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12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하면서 2011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발표했다.
6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작년 동월 대비 39.7%나 급등한 127.1을 기록해 2010년 10월 이후 가장 가파른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지난 5월 전월 대비로도 4.8%나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 곡물 수출 시장의 8%를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는 지난해 12월부터 자국 식량 자원에 대한 보호 정책을 펼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해바라기유와 파스타 같은 주요 식품에 대한 일시적인 가격 통제를 지시했으며, 올해 초에는 밀 수출량 제한 제도(쿼터)를 도입해 농산물 수출 제한을 본격화했다. 이달 들어서는 수출 곡물에 추가 관세까지 부과하고 있다. 특히, 인구 7명당 1명 수준인 2000만명의 러시아인이 빈곤층인 상황에서 식량 가격이 폭등할 경우, 이는 자칫 푸틴 정권에 대한 민심 이탈 추세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와 관련, 막심 레셰트니코프 러시아 경제개발부 장관은 지난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러시아 국영 통신사 타스 등 외신과의 대담에서 "최근의 밥상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 러시아 국내 시장과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방침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5위의 소고기 수출국인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18일 아르헨티나산 소고기 수출을 향후 30일 동안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결정했다. 경제난으로 지난 12개월 동안 국내 물가가 46.3%나 급등한 상황에서 국내 공급량까지 동원해 중국에 소고기를 수출하느라 정작 자국민은 자국산 소고기를 소비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자 내린 결정이다. 최근 아르헨티나는 브라질에 이어 중국에 둘째로 많은 소고기를 수출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 풍부한 소 사육량으로 값싼 소고기를 소비할 수 있었던 아르헨티나의 소고기 가격은 공급 부족으로 1년 전보다 60% 이상 폭등한 상태다.
한편, '디지털 원자재'로도 불리는 반도체 역시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서 자국 우선주의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컴퓨터·가전의 소비가 폭증하면서 반도체 공급 부족은 심화했다. 여기에 미·중 무역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이에 자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위기감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반도체 민족주의는 극에 달했다. 현재 국제 반도체 공급망 핵심기지인 대만의 영향력도 커졌다. 대만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를 비롯해 UMC, PSMC, VIS 등 세계 10대 파운드리 업체 중 4곳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10대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중 4곳(미디어텍, 노바텍, 리얼텍, 다이얼로그)도 대만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공급난 속에서 대만 파운드리 업체가 자국 팹리스 주문에 생산라인을 몰아주는 것으로 알려져 글로벌 반도체 품귀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반도체는 설계부터 위탁생산까지 전 과정이 국제적으로 분업화된 산업이지만, 이번 위기를 계기로 국제적 생산라인 분업화는 점차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철강, 식량 등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자원부국을 중심으로 자원 수출 제한 등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중국이 대표적이다. 철광석, 석탄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반짝 긴장한 중국은 가격 통제를 위해 시장 감독 강화에 나섰다. 특히 철강업계엔 사실상 ‘봉쇄령’이 떨어졌다.
중국은 올초 철강 수출환급세를 없앤 데 이어 지난달부터는 수출관세를 인상했다. 각 물량을 내수로 돌리라고 지시한 셈이다. 동시에 수입관세는 잠정 철폐해 수입을 적극 장려함으로써 철강재 공급과 가격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5월 중국 철강재 수출량은 527만1000t으로, 4월 797만3000t에서 한달 사이 34% 급감했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중국의 수출 규제로 전 세계 철강 수급이 불안해지자, 베트남 정부도 지난달 자국 철강업체에 생산을 늘리고 수출을 제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주요 철강 수출국을 중심으로 '철강 봉쇄령'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며 철강재 공급난과 가격 상승은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다.
식량 수출 통제도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 국가가 국제 농산물 시장에서 곡물과 소고기를 각각 수출하는 주요 국가인 러시아와 아르헨티나다.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6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12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하면서 2011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발표했다.
6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작년 동월 대비 39.7%나 급등한 127.1을 기록해 2010년 10월 이후 가장 가파른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지난 5월 전월 대비로도 4.8%나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 곡물 수출 시장의 8%를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는 지난해 12월부터 자국 식량 자원에 대한 보호 정책을 펼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해바라기유와 파스타 같은 주요 식품에 대한 일시적인 가격 통제를 지시했으며, 올해 초에는 밀 수출량 제한 제도(쿼터)를 도입해 농산물 수출 제한을 본격화했다. 이달 들어서는 수출 곡물에 추가 관세까지 부과하고 있다. 특히, 인구 7명당 1명 수준인 2000만명의 러시아인이 빈곤층인 상황에서 식량 가격이 폭등할 경우, 이는 자칫 푸틴 정권에 대한 민심 이탈 추세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와 관련, 막심 레셰트니코프 러시아 경제개발부 장관은 지난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러시아 국영 통신사 타스 등 외신과의 대담에서 "최근의 밥상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 러시아 국내 시장과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방침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5위의 소고기 수출국인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18일 아르헨티나산 소고기 수출을 향후 30일 동안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결정했다. 경제난으로 지난 12개월 동안 국내 물가가 46.3%나 급등한 상황에서 국내 공급량까지 동원해 중국에 소고기를 수출하느라 정작 자국민은 자국산 소고기를 소비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자 내린 결정이다. 최근 아르헨티나는 브라질에 이어 중국에 둘째로 많은 소고기를 수출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 풍부한 소 사육량으로 값싼 소고기를 소비할 수 있었던 아르헨티나의 소고기 가격은 공급 부족으로 1년 전보다 60% 이상 폭등한 상태다.
한편, '디지털 원자재'로도 불리는 반도체 역시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서 자국 우선주의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컴퓨터·가전의 소비가 폭증하면서 반도체 공급 부족은 심화했다. 여기에 미·중 무역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이에 자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위기감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반도체 민족주의는 극에 달했다. 현재 국제 반도체 공급망 핵심기지인 대만의 영향력도 커졌다. 대만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를 비롯해 UMC, PSMC, VIS 등 세계 10대 파운드리 업체 중 4곳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10대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중 4곳(미디어텍, 노바텍, 리얼텍, 다이얼로그)도 대만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공급난 속에서 대만 파운드리 업체가 자국 팹리스 주문에 생산라인을 몰아주는 것으로 알려져 글로벌 반도체 품귀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반도체는 설계부터 위탁생산까지 전 과정이 국제적으로 분업화된 산업이지만, 이번 위기를 계기로 국제적 생산라인 분업화는 점차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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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