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응급실 대란 경고하더니… 일부 의사들, 비상진료 어깃장 '눈살'

정부·소방·경찰 등 추석 응급의료 총력전
의협, 회원들 휴업 독려로 비상진료 방해
"국민 더 죽어야" 의사 게시판 막말 '충격'

▲ '추석 명절 비상 응급 대응 주간' 운영이 시작된 11일 오전 서울 한 대학병원에 추석연휴 응급의료센터 정상진료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 대란 우려가 제기되자 의료계부터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소방, 경찰까지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일부 의사들은 도리어 비상진료 체제에 차질을 주고 불안을 조장할 수 있는 행태를 보여 공분을 사고 있다. 최근 응급실 근무 의사 블랙리스트가 등장하더니 급기야 의사·의대생 전용 커뮤니티에는 “국민이 더 죽어나가야 한다”는 패륜성 글이 다수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 방지 '총력전'
정부는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둔 11일부터 2주간 ‘추석 명절 비상 응급 대응 주간’을 운영하며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응급의료체계를 총력 지원한다. 권역응급의료센터 44곳 외에도 지역응급의료센터 가운데 진료 역량이 뛰어난 15곳을 거점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해 한국형 중증도 분류체계(KTAS) 1, 2등급(심정지, 무호흡, 뇌출혈 등)에 해당하는 중증·응급환자를 우선 수용한다. 중증환자만 치료하는 전담 응급실도 29곳 이상 지정하기로 했다. 의료진 진찰료와 중증·응급수술 수가(의료행위 비용)는 평시 대비 3배 이상 올린다.


의료진도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문의가 부족해 응급실을 단축 운영 중인 세종충남대병원과 강원대병원도 추석 연휴에는 24시간 문을 열기로 했다. 휴일을 반납하고 문을 여는 동네 병의원은 전국적으로 하루 평균 3,000곳이 넘고, 한의원 106곳과 한방병원 183곳도 휴일 진료에 동참하기로 했다. 추석 연휴에는 평시 대비 응급실 내원 환자 수가 70%가량 증가하는데, 당직 병의원이 경증·비응급환자를 맡으면 응급실 과부하가 완화될 것으로 정부와 의료계는 기대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비상진료 관리 상황실을 꾸리고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소방은 응급환자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펌뷸런스(응급구조 장비를 실은 소방펌프차) 1,458대, 소방헬기 31대를 출동 대기시켰고, 경찰은 응급실 난동과 의료진 폭행에 대해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증상이 가벼울 경우 응급실 이용을 자제하자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9일 기준 전체 응급실 내원 환자(일평균 1만6,239명) 중 경증 비응급 환자 비중은 41%(6,665명)로, 평시(8,285명) 대비 80% 수준으로 내려왔다.

동료 의사 이어 국민 상대로도 '막말'


사회 각 분야가 긴장감 속에 추석 연휴를 대비하고 있지만, 일부 의사단체는 비상진료 협조는커녕 앞장서 의료대란을 조장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앞서 2일 회원들에게 ‘2024년 추석 연휴 진료 안내문’을 보내 “이번 추석에는 자신의 건강과 가정의 안녕을 먼저 지키기 바란다”며 사실상 휴업을 독려했다. “응급 진료 이용 시 정부 기관 또는 대통령실로 연락하기 바란다”고 비꼬기도 했다. 다만 이날 발표한 대국민 입장문에서는 “추석 연휴 의료공백에 대한 걱정이 크시겠지만, 의사들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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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