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등 보도…"수일 내 발표"
동맹 日 기업에 '국가 안보 우려'로 제동
美 대선 앞둔 정치적 판단
US스틸 배수진 쳤지만…주가 20% 급락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자국 철강기업 US스틸의 일본 매각을 금지하기로 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경합주 승패에 결정적인 노동자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동맹국 기업을 대상으로 국가 안보 위협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초강수를 뒀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논란으로 동맹국이 제안한 거래를 충격적으로 거부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며 "이 같은 움직임은 일본과의 관계를 후퇴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4일(현지시간) WP는 이 사안에 정통한 주요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제철은 지난해 12월 US스틸을 149억달러(약 20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미 철강 제조업 상징인 US스틸이 일본에 매각된다는 소식에 노동계와 정치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대선 국면까지 맞물리면서 양사의 인수·합병(M&A)은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미 법무부와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IFUS) 두 곳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관련 심사를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거래 성사 시 반독점법 위반 여부, CIFUS는 국가 안보 위협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CIFUS는 국가 안보 우려가 있다고 판단 시 대통령에게 M&A 불허를 권고할 수 있는데, 최근 US스틸을 일본제철에 넘길 경우 극복할 수 없는 국가 안보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CIFUS의 권고안을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US스틸 매각 불허 결정 공개 시점은 불분명하다. 다만 수일 내 이 같은 결정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5일 US스틸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를 방문하기로 해 이 시점에 공식적인 발표가 이뤄질 지도 주목된다. 앞서 해리스 부통령은 노동절인 2일 피츠버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합동 유세를 갖고 "US스틸은 역사적인 미국의 기업"이라며 "미국인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기업으로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3월 US스틸 매각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과 일치한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우리는 (1기 재임 기간에) 철강산업을 살려냈는데, US스틸이 일본에 팔린다니 끔찍한 이야기"라면서 "즉각 저지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일본제철의 US스틸 매각을 막기로 결정한 것은 대선을 앞두고 노동자 표심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경합주 7곳 유권자의 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중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3개주는 경합주이면서도 노동자의 지지세가 중요한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한다. 특히 US스틸 본사가 위치한 피츠버그가 있는 펜실베이니아는 7개 경합주 중 대통령 선거인단이 19명으로 가장 많아 경합주 중에서도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US스틸 경영진은 공장 폐쇄까지 거론하며 매각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매각 계약을 추진하다 정치적 판단에 의해 거래가 무산될 공산이 커졌다. 데이비드 버릿 US스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제철 매각이 무산되면 공장을 폐쇄하고 본사를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US스틸 매각을 불허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오후 3시 뉴욕 주식시장에서 이 회사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9.7% 급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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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