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도 특검하자"…1등 당첨 63명에 또 의심받는 '로또 신화'

1등 당첨자만 63명...역대 최다
당첨금 실수령액은 3억원 불과
로또 소비자들 "조작 아닌가"
확률·통계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불신 커지면 구매자 이탈할 듯
"당첨 확률 낮춰 당첨금 올려야"

지난 13일 1,128회차 로또복권 추첨 결과가 발표되자 로또 구매자들이 술렁였다. 역대 최다 1등 당첨자 기록(50명)이 깨졌을 뿐만 아니라, 1인당 당첨금도 이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63명이 전체 1등 상금을 나눠 가지고 세금을 납부하고 나면, 손에 쥐는 당첨금은 3억 원 정도다. 회차별 평균 당첨금이 20억 원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1등 당첨금은 '일확천금'과는 거리가 먼 셈이다.


당첨자 63명 쏟아지자...달아오르는 조작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로또 조작설'까지 퍼지고 있다. 실제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 분의 1로 매우 희박하다. 그런데 한 번에 수십 명의 당첨자가 쏟아지다 보니, 소비자들 사이에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63명의 1등 당첨자가 나오자 누리꾼들은 "1등 번호가 사전에 유출된 것이다", "1명이 여러 지역을 돌며 같은 번호로 여러 장을 산 것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검을 꾸려 수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로또 조작설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무더기 당첨자가 나오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면서 조작설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2022년 6월 11일 1,019회차에서 50명의 1등 당첨자가 나왔고, 지난해 3월 4일 1,057회차에서는 2등 당첨자가 무려 664명이나 쏟아졌다.


이 때문에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직접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서울대 통계연구소 등 전문기관 2곳에 조작 가능성을 검증하는 연구 용역을 의뢰하기도 했다. 결론은 △복권 시스템 및 추첨 과정에서 위·변조 행위가 불가능하고 △여러 명의 동시 당첨자가 나오는 것도 확률적으로 충분히 발생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1등 당첨자의 수는 통상적으로도 13명가량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한 회차에 1억1,000만 장 정도의 로또가 팔리고 있다. 만약 모든 구매자가 균등하게 번호를 조합한다고 가정하면, 이론적으로도 13명(1억1,000만 장*1/814만) 정도의 동시 당첨자가 나오는 것으로 산출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동시 당첨 더 잦아질 수 있다"
게다가 로또 구매자들의 약 30%는 숫자 6자리를 직접 기입하는 수동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같은 숫자 조합을 적는 구매자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자들이 선호하는 특정 번호 조합이 존재하는 것이다. 서울대 통계연구소의 분석 결과, ①복권 용지에서 직선·대각선 등 규칙성을 갖고 기입하거나 ②과거에 당첨됐던 번호를 조합하거나 ③갑자기 구매 횟수가 많아지는 조합 등의 유형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로또 당첨 번호 예측 사이트의 예측에 근거해 번호를 기입하거나, 과거 당첨금이 매우 컸던 미국 파워볼 복권의 당첨 번호를 쓰는 구매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준 성균관대 통계물리학과 교수는 "1~6번 숫자를 일렬로 적는 구매자들도 있다. 이런 사람이 회차당 1만 명쯤 된다"면서 "만약 이런 번호가 당첨된다고 가정하면, 1등 당첨자는 60여 명이 아니라 1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동시 당첨자가 쏟아지는 현상은 앞으로도 빈번하게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서울대 통계연구소는 조작 가능성 검증 결과를 제시하며 "회차별로 전체 구매 횟수와 수동 구매 횟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향후에도) 동시 당첨자가 많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동시 당첨자가 많이 나오는 사례가 추가로 발생하면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있을 것"이라며 "번호 조합의 경우의 수를 높여 당첨 확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예컨대 현재는 1~45개 숫자에서 6개를 고르는데, 앞으론 1~70개 숫자에서 6개를 고르도록 바꾸는 식이다. 이럴 경우 로또 1등 당첨 확률은 814만 분의 1에서 1억3,111만 분의 1로 약 16배 낮아진다.

당첨 확률 낮추고, 당첨금 높이면 신뢰 회복될까


로또복권이 일종의 공익사업이긴 하나, 적정 수준의 사행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로또 구매로 인해 받을 수 있는 보상의 기대치가 너무 낮으면, 판매 규모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로또 대신 다른 사행산업으로 쉽게 갈아탈 수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금은 당첨금이 10억, 20억 원만 돼도 매우 큰 돈으로 여겨지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물가 상승률이나 경제성장률 등이 반영되지 않으면 로또 구매자들도 당첨금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당첨 확률을 낮춰 당첨금을 올리는 방식이 정부나 수탁업자 사이에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0년 넘게 지속돼온 당첨 시스템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데다, 소비자들의 저항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상목 기재부 장관은 5월 기자간담회에서 '로또 1등 당첨금 상향이 필요하지 않냐'는 질문에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답변했으나, 공식적으로는 "현재 1등 당첨금 상향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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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