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 언론 인터뷰에서 주장
"트럼프 재집권? 나토엔 美 말고 英·佛·獨도 있어"
지난 연말 영국 BBC 방송은 2023년 한 해 동안의 국제 정세를 조망하는 기사를 보도하며 이런 내용을 포함시켰다. 북유럽 발트해에 면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3국이 느끼는 안보 위기가 그만큼 엄중하다는 얘기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이대로 무너진다면 러시아의 다음 ‘먹잇감’은 발트 3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담고 있다.
발트 3국 가운데 에스토니아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국제사회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해왔다. 인구가 약 130만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인 만큼 원조 금액 자체는 많지 않으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크라이나 지원액 비율은 단연 세계 최고였다.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향후 4년에 걸쳐 우크라이나 군사원조에 우리 GDP의 0.25%를 투입할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도 우리와 비슷한 규모로 우크라이나를 도울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13일(현지시간) 공개된 우크라이나 언론 ‘키이우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다.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수 있을지 여부는 결국 미국에 달려 있다. 그런데 미국은 야당인 공화당이 지배하는 연방의회 하원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가 과연 러시아를 이길 수 있겠느냐’ 하는 회의론이 확산하는 중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편성한 예산안은 하원의 반대로 의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 치러질 대선에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을 물리치고 당선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트럼프는 여러 차례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는 미국과 에스토니아가 나란히 회원국으로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사동맹에 대해서도 회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칼라스 총리는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나토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나토는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라는 두 개의 핵무기 보유국, 그리고 독일도 있다”고 답했다. 미국의 정권교체가 현실화하는 경우 이제 유럽의 강대국들이 트럼프의 미국을 대신해 나토를 이끌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칼라스 총리는 “우리는 우리 자신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러시아는 나토와 충돌하는 것을 확실히 두려워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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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