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기상이변’…美 데스밸리 사막에 역사상 최대 폭우

하루 강수량 5.59㎝ 기록…열대성 폭풍 ‘힐러리’ 탓
국립공원 사흘째 폐쇄…여행객 등 400명 대피

▲ 데스밸리 국립공원 도로가 폭우에 침수된 모습. 데스밸리 국립공원 페이스북 캡처
평소 섭씨 35~40도를 넘나드는 뜨거운 사막으로 유명한 미국의 ‘데스밸리’(Death Valley)에 역사상 최대 강수량을 기록하는 폭우가 쏟아져 관광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미국 서남부를 강타한 열대성 폭풍인 ‘힐러리’가 내륙 지역에 폭우를 몰고 온 영향이다.

22일(현지시간) 미 라스베이거스 지방 기상청(NWS)에 따르면 지난 20일 데스밸리 국립공원의 기후 관측 지점인 퍼니스 크릭의 하루 강수량이 2.20인치(5.5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8월 5일 기록한 1.70인치(4.32㎝)를 뛰어넘는 역사상 최대 기록이라고 기상청은 전했다.


데스밸리의 역대 평균 연간 강수량이 2.24인치(5.69㎝)라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 동안 1년 치 비가 한꺼번에 내린 셈이다.

공원관리소는 “데스밸리가 홍수로 위험한 상태”라며 공원을 전면 폐쇄했다.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모래가 진흙이 돼 쏟아져 내려 도로 곳곳이 침수됐다. 일부 도로는 아스팔트가 갈라지고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공원관리소는 “지역 주민과 여행객, 직원 등 400여 명이 도로가 안전하게 개통될 때까지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며 “많은 도로에 상당한 진흙과 자갈 등이 흘러내렸고, 도로가 침하했으며 갓길도 완전히 유실돼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공원 재개장 날짜를 정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지구 상에서 가장 뜨겁고, 건조하기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에 이런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것은 최근 더 심각해진 기후변화의 한 사례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열대성 폭풍인 힐러리는 전날 오전 열대성 저기압으로 세력이 약해졌지만, 캘리포니아 남부를 가로질러 북상하며 곳곳에 많은 비를 뿌렸다. 이 지역이 대부분 여름에 특히 건조한 기후를 갖고 있던 곳들이어서 이번 폭우로 곳곳에서 역대 8월 강수량 기록이 새로 쓰였다.

로스앤젤레스(LA) 지방 기상청은 한인타운과 인접한 다운타운LA의 지난 20일 강수량이 2.48인치(6.30㎝)를 기록해 이 지역의 8월 강수량으로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전 기록은 1977년 8월 17일의 2.06인치(5.23㎝)가 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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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