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무량판 부실시공 아파트 15곳 공개
엘에이치는 이날 철근 누락이 확인된 15곳 공공아파트의 지하주차장에 대해 신속한 보강공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입주가 이뤄진 아파트 9개 단지의 경우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엘에이치는 보완공사 범위가 크지 않아 최근 조처를 완료한 3개 단지를 제외한 6개 단지에 대해서는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9월 말까지 보강공사를 하고 공사가 진행 중인 나머지 6개 단지는 입주 전까지 보강공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건설업계에선 민간아파트도 비용과 인력, 기술 등 문제로 무량판 구조 지하주차장의 부실공사 발생 가능성은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공공아파트가 구조적으로 설계·시공 등 공사비용 책정 수준이 민간아파트에 견줘 낮은 데 따라 설계·시공 과정에서 부실이 생길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전문가들은 무량판 구조 지하주차장의 경우 설계와 시공, 감리 등 건축 과정 전반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재정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2017년부터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적용되기 시작한 무량판 구조는 상부의 무게를 떠받치는 보 없이 기둥이 슬래브(콘크리트 천장)를 바로 지지하는 구조다. 기둥과 맞닿는 부분에 하중이 집중되기 때문에 슬래브가 뚫리는 것을 막기 위해 기둥 주변 슬래브에 전단보강근을 설치하는 정밀한 설계와 시공이 중요하다. 이번 엘에이치 공공아파트 ‘철근 누락’ 15개 단지 가운데는 보강근 적용 구간 오류를 비롯한 ‘설계 미흡’이 10곳이었고 ‘시공 미흡’은 5곳이었다. 시공보다는 설계 미흡 비중이 갑절로 높았던 셈이다.
홍성용 엔씨에스랩(NCSLAB)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무량판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건축 설계, 미숙련된 현장 기술 인력, 부실한 감리 등이 겹쳐지면서 빚어진 사고”라며 “국내 아파트 시공 현장의 복합적인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엘에이치의 퇴직자 전관예우가 부실을 불러온 요인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어 “엘에이치 검단 아파트 공사의 설계와 감리를 맡은 업체들이 모두 엘에이치 전관이 영입된 업체로, 전관 특혜가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감사원에 엘에이치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에 대해 엘에이치는 “퇴직자 유관기업 수의계약 금지, 임직원의 접촉 금지 등으로 입찰·심사·계약 전 과정에 이권이 개입될 여지를 차단하고 있는 중”이라면서도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전관예우 관련 공익감사를 적극 수용하고 비위행위가 확인되면 즉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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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