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더운 게 나아요"…한여름에 다시 마스크 쓰는 시민들

"여기저기서 콜록콜록… 3일 동안 회사에서 코로나 확진자 3명 나왔어요."

27일 서울 강남구 한 웨딩업체에 종사하는 이모씨는 "작년만 해도 코로나에 걸렸다고 하면 합법적으로 쉴 수 있었는데 이제는 내 연차 5일을 써야 한다"며 "이미 연차를 다 썼거나 당장 일이 많은 사람들은 아프다는 말도 못하고 끙끙 앓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감염병이 재유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확진자는 25만3825명으로 전주 대비 35.8% 증가했다. 지난 19일 하루 확진자는 4만7029명을 기록하며 6개월 만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자가진단키트와 마스크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자가진단키트를 보통 하루에 6개 정도 진열하는데 저녁 때쯤 되면 1개 정도 남거나 다 나가고 없다"며 "그럴 때는 약국에 가거나 온라인 주문을 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 걱정은 높아지고 있다. 대학생 최영지씨는 "지난해 8월 코로나에 걸렸을 때 10일 동안 눈도 못 뜨고 잠도 못 잘 정도로 아팠다"며 "똑같은 아픔을 겪기 싫어서 꼭 나가야하는 일정 제외하고는 집에 있으려고 한다. 외출하더라도 최대한 빨리 볼 일만 보고 돌아온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박민씨는 "날씨가 너무 덥긴 하지만 최근에 가족 두 명이 코로나에 걸렸고 나중에 면접 볼 때도 문제가 있을까봐 마스크를 쓰겠다"며 "코로나 걸리는 것보다 더운 게 낫다"고 말했다.


70~80대 부모님을 둔 자식들도 걱정되긴 마찬가지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60세 이상 확진자는 6만7845명으로 전주 대비 44% 급증했다.

50대 김진경씨는 "홀로 사는 어머니가 최근에 코로나에 걸렸는데 요양보호사도 못 오고 일주일 동안 집에만 있었다"며 "어머니가 작년에 코로나에 이미 한 번 걸렸어서 기력이 약해졌는데 이번에도 부작용은 없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면 자영업자들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부산에서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박승현씨는 "지난달에 코로나19에 걸리면서 일주일치 예약을 취소하거나 미뤘다"며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들은 바로 타격을 받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했다. 다만 70대 이상 고위험군은 치명률이 높은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주기성을 갖고 환자 증감이 반복된다"며 "유행 기간에 형성됐던 면역력이 이제는 점점 약해지는 시기가 됐고 여기에 마스크 착용까지 안하게 되면서 증가세가 가팔라졌다"고 했다.

엄 교수는 "지역 사회에서의 방역은 중단된 상황이기에 손 위생을 지키고 기침 예절을 지키고 사람 많은 곳을 지양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70대, 80대는 건강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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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