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韓, 독자 핵개발 할 수는 있지만…정말 나쁜 생각”

“한국, 가장 뛰어난 원자로 산업 보유했지만
北 억제에 핵무기 꼭 필요한 건 아니다” 지적

북한 핵개발 문제의 권위자로 꼽히는 세계적 핵물리학자 시그프리드 헤커(사진) 미국 스탠퍼드대 명예교수는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정말 정말 나쁜 생각"이라고 11일(현지시간) 말했다.

올해 초 북한전문매체 38노스 기고문에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반대했던 헤커 교수는 이날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조너선 코라도 정책국장과의 대담에서도 한국의 독자 핵개발에 관해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그는 한국의 자체 핵개발에 부정적인 이유에 대해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한반도가 더욱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헤커 교수 "두 나라(남북한)가 모두 독자 핵무기를 가진다면 위험은 어마어마하게 커질 것"이라면서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경험이 부족한 두 명의 지도자가 손가락을 핵 버튼에 올려놓게 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헤커 교수는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빚어졌던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을 사례로 들며 "그것이 바로 내가 한국의 자체 핵무기 보유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날 헤커 교수는 "내가 보기에 한국에서 독자 핵개발은 자존심의 문제에 가까운 것 같다"며 "북한이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당연히 그들(한국)은 할 수 있다"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원자로 산업을 갖고 있지 않으냐"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의 국방에 핵무기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 헤커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북한을 억제하는 데 반드시 핵무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며 "중요한 것은 동맹이지 어떤 무기를 꺼내 드느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헤커 교수는 "난 항상 (북핵 문제의) 최종 결과는 핵무기 없는 한반도가 돼야 한다고 말해왔다"며 "북한이 이미 핵폭탄을 갖고 있으니 그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해 ‘핵무기 없는 한반도’로 나아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양쪽 모두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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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