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용병기업 수장 “우크라군 퇴로, 단 하나만 남아···바흐무트 떠나라”

▲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PCM) 와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3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영상메시지를 통해 바흐무트 함락이 임박했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군을 철수시키라고 압박했다. 타스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공격을 주도하고 있는 러시아 용병그룹의 수장이 도시를 대부분 포위했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 군대를 철수시키라고 촉구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PCM) 와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이날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을 통해 “와그너 부대가 사실상 바흐무트를 모두 포위했고, 우크라이나군에게는 오직 도로 하나만이 남았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도시를 포기할 것을 종용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싸우고 있지만 도시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이제 하루나 이틀 정도”라며 “이들에게 도시를 떠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흐무트에 점차 노인과 어린이들만 남아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들의 희생을 막으려면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인 한 명과 소년 두 명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흐무트를 떠나게 해달라고 간청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공개했다. 로이터 통신은 영상에서 보이는 건물을 토대로 해당 영상이 바흐무트 중심부에서 북쪽으로 7㎞ 남짓 떨어진 마을인 파라스코비브카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바흐무트에서 도시 바깥으로 향하는 마지막 보급로가 러시아군에 의해 파괴됐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CNN은 이날 바흐무트와 인근 마을 크로모베를 연결하는 다리가 밤새 러시아군에 의해 폭파됐다고 보도했다. 이 다리는 바흐무트와 외곽 도시를 연결하는 마지막 주요 보급로라고 CNN은 전했다. 현지 소식통들은 CNN에 바흐무트 시내와 외곽을 잇는 보급로는 이제 비포장 도로 외에는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바흐무트의 교전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군이 도시에서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방위군 부사령관인 볼로디미르 나자렌코는 이날 NV 라디오에 출연해 “24시간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며 “러시아는 공격 과정에서 입는 손실은 신경 쓰지 않는다. 바흐무트에서 우리 군대의 임무는 적에게 가능한 많은 손실을 입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영토 1m마다 (러시아군) 수백명의 희생을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바흐무트에서의 전세가 악화되자 최근 지원군을 증파했다. 이를 두고 현재 주둔 중인 병력의 안전한 철수를 돕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바흐무트 서쪽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새로운 방어선을 구축하는 장면을 취재진이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 드론 부대 지휘관인 로베르트 브로우디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영상에서 자신의 부대가 즉시 철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동남부 도네츠크주의 요충지인 바흐무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7개월 가까이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다. 전쟁 전 인구가 7만명에 달했던 도시에는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이 대부분 차단된 가운데 현재 4500명의 주민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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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