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 피해 눈덩이

콘크리트·벽돌 건물 쉽게 부서져
시리아 내전 난민 400만명 막막
겨울폭풍에 혹한… 구조 악전고투

▲ 튀르키예 구조대원들이 6일(현지시간) 남동부 도시 디야르바키르의 한 건물에서 생존자를 찾고 있다. 이날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규모 7.8 지진으로 수천 명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튀르키예 동남부에서 6일(현지시간) 발생한 대형 지진은 튀르키예 전역은 물론 시리아 레바논 이집트 등 주변국에서도 진동을 느꼈을 정도로 강력했다. 지진이 강타한 터키와 시리아 지역들은 지진 대비가 매우 취약해 사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진이 대형 참사로 이어진 가장 큰 이유는 그 규모 자체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지진은 튀르키예 남동부 가지안테프시에서 약 33㎞ 떨어진 내륙지역에서 발생했다. 규모 7.8 지진은 1939년 이후 터키에서 발생한 가장 센 지진이다. 진원에서 1000㎞ 떨어진 이집트 카이로에서도 진동을 느꼈다고 보고됐을 정도다.


더욱이 진원의 깊이가 17.9㎞로 비교적 얕아 피해는 330㎞에 걸친 광범한 지역에서 발생했다. 잇따라 발생한 여진도 피해를 키웠다. 첫 지진 발생 9분쯤 뒤인 오전 4시26분 규모 6.7 여진이 발생한 데 이어 오후 1시 24분 규모 7.5 여진이 발생했다. 튀르키예 재난응급관리청(AFAD)에 따르면 이날 하루 수십 차례 여진이 발생했다.

대부분 사람이 잠들어 있던 새벽 4시17분에 지진이 발생한 것도 피해를 키운 요인이다.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무너진 집과 건물 안에 묻혀 있는 사람이 많아 앞으로 사상자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피해 지역인 터키와 시리아 변방은 지진 대비가 매우 취약한 지역이다. 진앙에서 가까운 가지안테프를 비롯한 대부분 튀르키예 피해 도시의 주거용 건물은 부서지기 쉬운 콘크리트와 벽돌로 지어져 있다. 무너지지 않은 건물도 여진시 붕괴 위험이 있어 향후 구조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진원지와 국경 간 거리가 약 90㎞에 불과한 시리아 서북부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 지역은 11년 넘게 이어진 내전 과정에서 고향을 떠난 실향민 400만명이 머무르고 있다. 대부분 과거 폭격 등으로 파손된 건물이나 임시 숙소에 거주하고 있어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의료시설과 약품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지진 현장에서 구조가 된다 해도 치료를 받기 어려운 처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날씨도 현지 주민들과 구조 당국을 도와주지 않고 있다. 이 지역은 현재 겨울폭풍이 불어닥친 데다 기온도 낮아 간신히 대피한 사람들도 추위에 떨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겨울폭풍으로 눈이 쌓인 상황에서 다시 눈이 내리면서 도로가 결빙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튀르키예 지역 피해자 가운데는 시리아 난민이 상당수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에 따르면 튀르키예에는 시리아 난민 약 360만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가지안테프에만 50만명이 살고 있다.

국제사회는 구조팀을 급파하는 등 앞다퉈 지원에 나서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국제개발처(USAID) 등이 지진 피해를 돕기 위한 대응책을 지시했다고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밝혔다. 그는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프랑스 네덜란드 크로아티아 네덜란드 등으로 구성된 수색 및 구조팀을 급파하는 한편 지진 위치 파악을 돕기 위한 위성 시스템을 가동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밝혔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피해국에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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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