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자들 "전매제한 기간 단축 등 대책에 계약 결정 굳혀"
계약저조 우려 사라져··· 모델하우스 인근엔 '떳다방'도
"대출금리도 워낙 높고, 보유한 현금 대부분이 전세보증금에 묶여 있어서 막상 당첨이 되고도 계약을 포기해야 하나 싶었는데, 이번에 나온 대책을 보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평생 서울 아파트는 입성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조급함도 한몫했고요. 1~2년간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다보면 시장 상황도 달라지겠죠."(올림픽파크포레온 59㎡ 계약자 박모씨)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 완화에 서울 분양시장도 훈풍이 불고 있다. 8일 방문한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모델하우스는 이른 시간부터 계약을 체결하러 온 당첨자들로 북적였다. 모델하우스 관계자는 "하루 평균 200~300명의 당첨자들이 계약을 위해 다녀간다"면서 "이미 당첨자의 80% 이상이 (계약 관련) 서류를 제출했고, 대출 관련 상담도 부쩍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들어서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일반분양 4786가구, 총 1만2032가구에 달하는 초대형 단지다. 정부가 지난 3일 새해 업무보고에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을 제외하고 규제지역을 전면 해제하고 분양시장 규제 해제를 소급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최대 수혜단지로 꼽혔다. 전용 84㎡ 분양가가 12억원이 넘지만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고, 전매제한도 기존 8년에서 1년으로 줄게 된다. 실거주 의무 요건도 사라져 입주 때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를 수 있고, 1주택 청약당첨자 기존 주택 처분 의무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날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50대 계약자 선모씨(강서구 염창동)는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단축된 게 결정을 굳히게 된 계기"라면서 "내년 쯤이면 공사도 어느 정도 끝나고, 부동산 상황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환경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계약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첨자로서는 다행이지만, 규제 여건 때문에 청약하지 않은 사람들은 속이 쓰릴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도 이번 대책은 '둔촌주공에 의한, 둔촌주공을 위한' 끝판왕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송파구 위례동에서 왔다는 60대 김모씨는 "'지금이 내 집 마련의 적기일까?'라는 의심이 있었는데 정부 발표와 동시에 확신으로 바뀌었다"면서 "애초에 실거주 목적이었고, 장기적 관점에서 부동산 가치는 우상향할 것으로 보고 있어 계약을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전용 59㎡와 84㎡ 당첨자들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기존 분양가 12억원 이상 중도금 대출 금지에 자금 상황이 여의치 않은 3~4인 가구가 '울며 겨자먹기'로 59㎡에 청약했는데, 이번 규제 완화로 전용 84㎡도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전용 59㎡에 당첨된 '3인 가구' 조모씨(강동구 천호동)는 "주변에 계약 포기자들이 많아 우려했는데 막상 와보니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면서 "(모델하우스) 내부 분위기도 활기찬 편이라 계약률이 70~80% 이상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와는 멀지만 주변에 학교와 공원이 잘 갖춰져 실거주 목적으로 청약을 했다. 규제가 좀 더 빨리 풀렸다면 전용 84㎡에 청약을 했을 텐데 이 점이 매우 아쉽다"고 토로했다.
광진구에서 왔다는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전용 84㎡에 당첨됐는데, 모아놓은 현금을 총동원해도 중도금 1~2회차 액수가 부족해 계약을 포기하려던 상황"이었다며 "때마침 정부 대책이 나와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한걸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강동구에서 당첨된 50대 직장인 변모씨는 "59㎡와 84㎡을 고민하다 금리와 중도금 대출 때문에 59㎡를 선택한 게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모델하우스 인근에는 '떴다방'들도 눈에 띄었다. 규제완화로 전매제한이 풀리며 내년부터 이 단지의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지자 입주 전에 프리미엄(피)을 얹어 되팔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다.
떴다방 관계자는 "사겠다는 사람이 꽤 있어 미리 계약자들을 포섭하기 위해 나왔다"면서 "전용 59㎡, 분양가 9억~10억원짜리는 프리미엄이 5000만~1억원까지 붙었고, 입주시점에는 못해도 최소 2억원 이상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자를 버틸 수 있는 사람만 끝까지 남고, 나머지는 털어버리려고 할 것"이라면서 "팔려는 수요도 꽤 많아 오늘도 10명 이상의 매도 희망자가 번호를 남기고 갔다"고 귀띔했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장위자이 레디언트'(성북구), '강동 헤리티지 자이'(강동구), '마포 더클래시'(마포구),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경기 광명) 등에서도 긍정적인 기류가 관측된다. 주변 단지보다 분양가가 높거나 비슷해 계약률이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우려됐던 단지다. 분양시장 관계자는 "정부 발표 이후 계약률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면서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대출금리가 아직 높은 상황이라 시장을 계속 주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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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