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만→2만원, 말이 돼?” 18만명이 빠진 신풍제약 광풍, 남은 건 배신

21만원(주가)에서 2만원으로 말도 안되는, 그야말로 사람들을 나락으로 빠트린 회사가 있다. 바로 광풍을 일으켰던 신풍제약이다. 심지어 고위 임원의 횡령 혐의까지 드러났다. 신풍에 빠진 사람들은 그야말로 망연자실이다.


코로나19 치료제로 몸값을 키웠던 신풍제약. 주식을 전혀 몰랐던 이들도 신풍제약만 보고 투자에 뛰어들었던 게 불과 2년 전이다. 소액주주만 18만명에 이른다.

신풍제약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개발 중이던 치료제 피라맥스의 임상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고위 임원의 배임 및 횡령 혐의까지 드러났다. 오스템에 이어 신풍제약까지 임원 비리가 연이어 터지면서 바이오업계 신뢰도가 흔들릴까 업계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5일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신풍제약은 당사 임원 A 전무의 업무상 횡령 및 배임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횡령 57억 6000만원, 배임 5억 8000만원 등 횡령액은 총 63억원대에 이른다.

검찰 수사에서도 이는 예견돼 왔다. 작년 11월께 서울중앙지검은 A 전무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 전무는 2011년 4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원료의약품 업체와 단가를 부풀려 가공거래를 한 뒤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57억원 상당을 취한 혐의를 받았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회사 재무제표까지 허위 작성해 공시한 혐의까지 드러나 충격을 줬다.


피해는 결국 주주들에게 돌아갈수 밖에 없다. 2019년 말만 해도 신풍제약의 소액주주는 1만7000여명이었으나, 1년 뒤엔 16만9000여명, 또 1년 뒤엔 18만4000여명까지 급증했다. 1만명이 18만명까지 늘어난 셈이다.

신풍제약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선언으로 가장 뜨거운 제약사가 됐다. 말라리아 치료제인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2020년 초 신풍은 피라맥스를 약물재창출(이미 다른 질병 치료에 쓰이고 있는 약물의 용도를 바꿔 새로운 질병 치료제로 가능성을 알아보는 것)을 통해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하겠다고 직접 선언했다.


하지만 결과는 여전히 ‘선언’에 그치고 있다. 피라맥스 임상 3상이 좀처럼 속도를 못 내고 임상 실패에 대한 우려도 커진 상태다. 검찰 수사 결과 횡령액이 더 많아지면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까지 갈 수 있다.

열풍이 정점을 찍던 2020년 9월, 신풍제약 주가는 21만원까지 치솟았다. 현재는 2만1000원대(5일 종가 기준)다. 10분의 1 수준이다.

제약업계는 이번 신풍 사례가 또 다시 산업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제약바이오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가라앉은 상황에 투자심리가 더 얼어 붙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오스템의 역대급 횡령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신풍의 횡령으로 업계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이 이어질까 걱정”이라며 “올해는 좀 나아지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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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