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40B 조종사도 몰랐다…젤렌스키 방미 ‘007작전’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에게 성조기를 건네받고 미소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군용기 C-40B의 조종사들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폴란드 제슈프 공항의 활주로에 착륙했을 때 한 차량에서 내리는 인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와 우크라이나 고위급 인사를 태우는 줄 알았던 이들 앞에 나타난 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었다.

지난 21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10여 시간 방미 일정은 철통같은 보안 속에 진행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 계획은 미 정계에서도 극비였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에게도 3일 전에야 관련 소식이 공유됐다. 펠로시 의장이 방문 직전까지 이를 함구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의회 합동연설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대부분 의원이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일부 의원은 성탄절 휴가를 떠났다가 급히 의회로 돌아왔다.


이번 방문을 조율한 미국 관리들은 감청 위험 등을 피하기 위해 통신을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브리짓 브링크 주우크라이나 미 대사는 정보 유출을 피하려고 대부분 논의를 수도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보좌관들과 직접 만나서 진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떠나기 몇 시간 전 미 온라인매체 ‘펀치볼 뉴스’가 방미 소식을 보도했다. 보안이 지켜지길 원했던 미 고위 관리가 이 소식을 우크라이나 대표단에 전했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방문을 취소할 뜻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열차로 폴란드 국경까지 이동한 뒤 미국 측이 준비한 차량과 군용기로 옮겨탔다. 미 공군 전투기와 공중조기경보기(AWACS)의 경호를 받은 그는 11시간 뒤 레드카펫이 깔린 워싱턴DC 인근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방미 일정이 007작전을 방불케 했던 이유는 그가 매일 목숨을 위협 받는 전시 지도자여서다. WP는 “천문학적 이해관계 속에 젤렌스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대면하기를 원했다. 젤렌스키는 지난 2월 러시아 침공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조국을 떠나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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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