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FTX 인수철회에 코인 폭락… “가상화폐판 리먼 사태 우려”

FTX CEO “당장 40억 달러 필요”
비트코인 장중 1만6000달러 붕괴
‘중국계의 미국기업 공격’ 분석도

거래량 기준 세계 3위였던 미국계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 위기에 놓였다. FTX가 최대 80억 달러(약 11조 원)의 유동성 위기를 맞자 세계 1위인 중국계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8일 나서 FTX의 미국 외 해외 법인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가 9일 돌연 인수를 철회했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대폭락하는 등 가상화폐 시장 전반에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가상화폐 세계의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같은 파장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제2의 ‘테라·루나 사태’라는 진단도 제기된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다.
○ 미국인-중국계 코인 거물 간 갈등

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FTX의 최고경영자(CEO)인 샘 뱅크먼프리드는 최근 ‘FTX닷컴’ 투자자들에게 추가 현금 투자가 없다면 회사는 파산 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대 80억 달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당장 40억 달러(약 5조5000억 원)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는 최근까지 기업 가치 320억 달러(약 44조 원)로 평가받던 회사다. 하지만 5일 FTX와 별개 회사지만 뱅크먼프리드가 창업한 헤지펀드 ‘알라메다 리서치’가 FTX 자체 코인(FTT)으로 자산 부풀리기를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투자자들이 동요하는 사이 뱅크먼프리드와 함께 세계 1위 가상자산 업체 바이낸스의 창업자 자오창펑(45)이 자신이 보유한 FTT 5억8000만 달러(약 8000억 원)어치를 한 번에 팔아버린 사실이 트위터에 공개됐다. 뱅크런(고객이 코인을 한꺼번에 인출)이 시작되며 FTX의 유동성 위기가 커졌다.

바이낸스는 FTX의 해외 법인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가 “기업 실사 결과 FTX는 우리가 통제하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며 발을 뺐다. 이는 FTX의 파산 위기 가능성을 시사해 가상화폐 시장에서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졌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 매체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전 세계 최대 규모인 비트코인은 10일 장중 1만60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시총 2위 이더리움도 11% 넘게 급락하며 1200달러 선이 무너졌다. FTX가 발행하는 코인 FTT는 8일 80% 급락한 데 이어 9일 40% 이상 떨어졌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은 비트코인 가격이 1만300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와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대폭락 사태에 중국계 캐나다인인 자오창펑과 미국인인 뱅크먼프리드 간 갈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의회의 가상화폐 산업 규제에 협조적인 뱅크먼프리드와 규제에 반발해온 자오창펑은 최근 몇 달 동안 이를 둘러싸고 온라인에서 설전을 벌여 왔다. FTX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진 자오창펑의 급작스러운 FTT 처분도 이런 갈등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상화폐 업계에선 1위 중국계 바이낸스가 빠르게 성장하던 미국계 FTX를 공격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비트코인 1만3000달러까지 떨어질 것”

NYT는 이번 사태가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의 판박이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월가 투자은행들이 얼마나 형편없이 부실 담보로 위험을 퍼뜨리고 있었는지 알게 해준 사건이 리먼 사태였듯 FTX 사태도 가상화폐 시장의 부실 실태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FTX 사태의 파장이 가상화폐 시장을 넘어 이미 자금줄이 마르고 있는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국내 주요 코인 거래소는 10일 “각 거래소에 맡긴 현금과 자산은 안전히 보관되고 있으며 지급 불능 사태로 이어지지 않으니 안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