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리노이 사법개혁안 '위헌' 논란…검사장 62명 무효화 요구

주민투표 하루 앞두고 무효 소송 제기…내달 15일 이전 판결 나올듯

 '미국 최초 현금 보석제 완전 폐지'로 관심을 모았던 일리노이주의 사법개혁안이 '졸속처리'·'위헌' 논란에 휩싸여 주민투표로 시행 여부를 결정하게 된 가운데 주 검찰 수뇌부가 '법안 무효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8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일리노이주 62개 카운티(총 102개 카운티) 검사장들은 내년 1월 1일 발효 예정인 일리노이주 형사 사법 개혁안(SAFE-T Act)이 졸속 처리됐을 뿐 아니라 주 헌법에 위배된다며 법원에 무효 판결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선거일을 하루 앞둔 전날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각 카운티의 법률 최고 책임자로서 법치를 지키고 옹호하기로 다짐했다"며 "일리노이 주민들에게 'SAFE-T 법안은 위헌이며 공공안전 특히 폭력범죄의 피해자와 목격자에게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중에는 민주당원도 있고 공화당원도 있다. 이 행보는 결코 정치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주민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법원이 쐐기를 박지 않으면 SAFE-T 법안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는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Safety)·책임(Accountability)·공정(Fairness)·형평성(Equity) 실현'을 앞세운 이 법안은 민주당 절대다수인 일리노이 주의회 상·하원이 작년 초 차례로 승인한 후 J.B.프리츠커 주지사(57·민주)가 서명했다.

일리노이주 프랭클린 카운티 검사장 애비게일 딘은 "작년 1월10일 엘지 심스 주상원의원(민주)이 604쪽 분량의 SAFE-T 사법개혁 수정안을 냈다. 심스 의원은 이로부터 사흘만인 1월 13일 오전 3시 160쪽 분량의 내용을 추가했고, 주 상원은 2시간 만에 법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며 졸속 처리를 주장했다.

이어 "이후 주 하원도 심의 시작 20여 분 만에 법안 통과에 필요한 최소 찬성표로 승인 처리했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확산하고 주민 반발이 거세자 일리노이주는 법안 시행 여부를 주민투표에 부쳤다.

일리노이 주민들은 8일 중간선거와 함께 법안에 대한 찬반 의사를 밝히는 투표도 함께 치른다.

검사장들은 "법안은 각 제목에 명시된 하나의 주제만 다루게 되어 있으나 SAFE-T 법안은 각 조항에 연관성 없는 여러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법률의 단일 주제 규정을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보석금 책정은 법원의 권한이나, SAFE-T 법안은 현금 보석제 폐지를 통해 주 헌법 개정 없이 법원의 권한을 제거했다"며 "삼권분립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에 쓰인 용어들은 너무나 모호하고 합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모순된다"며 주민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법원이 무효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 법안에 포함된 현금 보석제 폐지는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법안이 발효되면 일리노이주는 현금 보석제를 완전히 폐지하는 미국의 첫번째 주가 된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현금 보석제가 폐지되면 피고인은 누구나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구금되지 않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법안 지지자들은 "현금 지불 능력이 있으면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돈이 없으면 구금 상태로 재판받아야 하는 것은 공평치 못하다"는 사실을 앞세웠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범죄자들이 체포 직후 지역사회로 복귀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이 법안이 범죄 처벌 수위를 크게 낮추고 경찰의 체포 권한을 제한해 주민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원은 다음 달 7일 이 소송에 대한 구두 변론을 진행하며 다음 달 15일 이전에 판결을 내놓을 예정이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