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각서 '北핵보유국' 인정론 고개.."한반도 비핵화 실패"

블룸버그 칼럼 "북핵과 살아가는 법 배워야"

▲ 북한, 만경대혁명학원 기념행사 참가자들 맹세문 채택 모임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의 유례없는 미사일 도발에 7차 핵실험가능성마저 기정사실로 굳어지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한반도 비핵화' 구상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 일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4일(현지시간) 칼럼에서 "수십 년간 지속된 한반도 비핵화 구상은 실패했다"며 "북한이 지난달 스스로를 핵보유국으로 선언한 이후 미국과 그 동맹은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전임 정부의 실패한 안보 정책을 적극적으로 폐기해 왔다"며 북한 문제에서도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20년을 끌어온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마무리한 것을 비롯해 한층 강경한 대(對)중국 견제 정책을 천명하는 등 바이든 행정부는 이전 정부에 얽매이지 않는 과감한 결정을 해왔다는 것이다.

칼럼은 "한반도 비핵화를 실패한 정책이라고 표현하는 자체가 관대한 것"이라며 "30년간 수백만 명의 굶주림을 규탄하는 이외에 미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제재에 있어 사실상 어떤 진전도 보이지 않아 왔다"고 비판했다.

해당 기간 북한은 성공적으로 핵실험을 마무리했고 괌 기지는 물론 미국 본토까지 사정거리에 들어가는 미사일 개발을 이뤄냈다는 지적이다.

이어 "미국 정부가 선제 타격을 검토했을 당시를 마지막으로 클린턴 행정부 이후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며 "미국은 대신 협상의 길을 택했고, 북한은 이를 핵과 미사일 개발을 은폐하는 용도로 활용해 왔다"고 비꼬았다.

칼럼은 "김정은은 미치광이 지도자의 전형과 거리가 멀며, 체제 안정을 위해 가장 합리적인 길을 추구하고 있다"며 핵 폐기를 대가로 체제 안정을 약속받은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비롯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리비아의 카다피 등의 예에서 확인하듯 핵 포기의 교훈은 명확하다는 것이다.

칼럼은 "김정은은 미국이 비핵화의 대가로 제공하는 어떤 보장에도 안심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비둘기파인 민주당과 매파인 공화당 사이를 오가며 정책 지속성이 불투명한 미국 정부의 특성상 한층 그러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MIIS)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 책임자인 제프리 루이스 교수도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자는 주장을 폈다.

동아시아 전문 언론인 도널드 커크도 더힐 기고문에서 "김정은과 핵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희망은 환상"이라며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를 실질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방위 태세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