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기 전 공단 이사장, ‘사전담합·직권남용·직무유기’ 의혹
시장 활성화·구민편의 증진 위해 마트 운영 적격 업체에 맡겨야
마포농수산시장 안의 대형마트 운영을 둘러싼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시장을 관리하는 마포시설관리공단은 지난 2020년 3월경 기존 운영자인 다농산업에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연장 불가를 통보했다. 다농은 계약갱신청구권을 내세워 반발했으나, 공단은 2020년 9월 새로운 운영자로 경보유통을 선정하며 분쟁이 시작됐다.
다농은 계약서의 갱신청구권과 수의계약 관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등을 들어 소송을 벌여 왔다. 지난달 말에는 다농이 이춘기 전 마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하며 분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법적 분쟁은 경찰 수사와 법원의 판단에 갈릴 일이다. 본지는 공단과 이 전 이사장의 마트 운영자 선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성, 처신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공정한 잣대와 상식의 눈으로 시비를 따져보자는 취지다. 본지는 이와 관련해 복수의 대형마트 운영자, 시장상인, 임대차 분쟁 전문 변호사, 유관단체 관계자 등을 폭넓게 취재했고, 마포구의회 구정질의 기록 등의 자료를 분석했다.
공단은 이춘기 씨가 2019년 9월 이사장으로 취임하자 클로버농축산업에 공단 사무실을 내줬다. 클로버농축산업의 대표는 조행관 씨고, 직원 중에 장재익 씨가 있다. 조행관 씨는 이춘기 씨의 지인이고, 장재익 씨는 마트 운영자로 선정된 경보유통의 대표이다. 이때부터 시장과 인근 식당가에 “이춘기 이사장이 마트 운영을 친구에게 넘기려 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 소문은 이춘기, 조행관, 장재익 씨가 만나던 식당의 사장이 마포시민단체에 제보하면서 표면화되었다. 이들이 2019년 하반기부터 마포지역 식당 등에서 만나 마트 운영권 선정을 사전 협의했다는 것이다. 이를 둘러싼 의혹은 마포구의회 구정질의에서도 대두되었다. 구정질의에서 이춘기 씨는 처음에는 조행관, 장재익 씨를 모른다, 만남이 없었다고 부인하다 질의 의원이 증거를 내밀자 그제야 시인했다.
이춘기 씨가 조행관 씨와의 유착 관계를 실토한 녹취록도 있다. 2021년 4월경 시민단체 대표가 유동균 당시 마포구청장과의 대화를 녹취한 바에 따르면, 이춘기 씨는 유 구청장에게 “내가 (마트 운영권을) 친구 주겠다는 것이 뭐가 잘못됐냐?”며 오히려 따지듯 말했다. 이 말의 맥락은, 조행관 씨는 직원인 장재익 씨에게 경보유통이란 법인을 설립하게 하고, 이춘기 씨는 친구인 조행관 씨에게 마트 운영권을 주기 위해 경보유통을 마트 운영업체로 선정했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세 사람이 사전에 공모한 정황이다. 공단 이사장이 친구에게 마트 운영권을 준 게 잘못이 아닌가? 사전담합 아닌가?
이춘기 씨의 말마따나 ‘친구 회사’로 보이는 경보유통은 마트 운영 자격과 능력은 갖췄을까? 공단은 2020년 8월 「마포농수산물시장 마트매장 운영사업자 선정 입찰공고」를 내고 입찰을 진행해 최고가입찰을 한 경보유통을 낙찰자로 선정했다. 경보유통은 공고 2개월 전인 2020년 6월에 설립됐다. 자본금은 1000만 원에 불과하고, 대형마트는커녕 구멍가게도 운영한 경험과 실적이 전혀 없는 회사였다. 이런 회사가 연매출 500억 원에 이르는 대형마트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까? 직권남용 아닌가?
이춘기 씨는 가장 공정한 최고가입찰인데 무슨 문제냐고 항변해 왔다. 하지만, 공공기관은 나라장터 입찰에서 보편적으로 제한입찰을 채택한다. 기본적인 운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업체를 걸러내기 위해 입찰 자격을 제한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시행령 제13조와 14조에는 입찰의 참가자격과 입찰 사전심사를 반드시 거치라고 명시돼 있다. “참가자격을 심사하는 경우에는 계약이행의 난이도, 이행실적, 기술능력, 재무상태, 계약이행의 성실도 및 사회적 신인도 등 계약수행능력을 평가하는 데에 필요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라고 적시했다. 경보유통은 법률에 명시된 자격을 단 한 가지도 갖추지 못했다.
마포구민과 시장상인들을 대신해 강명숙 전 마포구 위원은 2021년 상반기 구정질의에서 이춘기 씨에게 물었다. ‘자본금 1천만 원짜리 회사가 당장 200억 원 가까이 들어가는 사업자금을 조달할 수 있겠는가, 연간 50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하는 대형마트를 운영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의에 이춘기 씨는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다”라고 답했다.
이춘기 씨는 알 수 없다고 답했으나, 짐작하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경보유통은 입찰에서 월 임대료를 기존 금액보다 무려 5.6배 높게 써냈다. 대형마트의 수익구조와 판매마진을 아는 업계 관계자들은 이렇게 급등한 임대료를 내면서 운영하는 방법은 전대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경보유통은 마포농수산시장 안에 있는 Y축산으로부터 전대금 명목으로 1억 원을 받았다. 명백하게 불법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경보유통은 공단에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으나, 이는 계약서의 존재로 사실임이 밝혀졌다.
불법전대 사실이 드러나자 경보유통 장재익 사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미 돌려줬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말했다. 물건을 훔쳤으나 다시 돌려줬기 때문에 범죄는 아니라는 주장이나 마찬가지다. 불법전대는 공단과 경보유통이 맺은 계약의 엄연한 취소 사유인데, 공단과 이춘기 씨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직무유기 아닌가?
공단과 다농은 2년째 법적 소송도 벌이고 있다. 공단은 소송비용 1억5000만 원을 구민혈세로 썼다. 이춘기 씨의 임기는 지난달 종료됐다. 마포구민들과 시장상인들은 혈세로 지급된 소송비용을 이춘기 씨에게 구상권 청구로 받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춘기 씨에게 사전담합,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의 법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다농은 계약서의 갱신청구권과 수의계약 관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등을 들어 소송을 벌여 왔다. 지난달 말에는 다농이 이춘기 전 마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하며 분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법적 분쟁은 경찰 수사와 법원의 판단에 갈릴 일이다. 본지는 공단과 이 전 이사장의 마트 운영자 선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성, 처신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공정한 잣대와 상식의 눈으로 시비를 따져보자는 취지다. 본지는 이와 관련해 복수의 대형마트 운영자, 시장상인, 임대차 분쟁 전문 변호사, 유관단체 관계자 등을 폭넓게 취재했고, 마포구의회 구정질의 기록 등의 자료를 분석했다.
공단은 이춘기 씨가 2019년 9월 이사장으로 취임하자 클로버농축산업에 공단 사무실을 내줬다. 클로버농축산업의 대표는 조행관 씨고, 직원 중에 장재익 씨가 있다. 조행관 씨는 이춘기 씨의 지인이고, 장재익 씨는 마트 운영자로 선정된 경보유통의 대표이다. 이때부터 시장과 인근 식당가에 “이춘기 이사장이 마트 운영을 친구에게 넘기려 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 소문은 이춘기, 조행관, 장재익 씨가 만나던 식당의 사장이 마포시민단체에 제보하면서 표면화되었다. 이들이 2019년 하반기부터 마포지역 식당 등에서 만나 마트 운영권 선정을 사전 협의했다는 것이다. 이를 둘러싼 의혹은 마포구의회 구정질의에서도 대두되었다. 구정질의에서 이춘기 씨는 처음에는 조행관, 장재익 씨를 모른다, 만남이 없었다고 부인하다 질의 의원이 증거를 내밀자 그제야 시인했다.
이춘기 씨가 조행관 씨와의 유착 관계를 실토한 녹취록도 있다. 2021년 4월경 시민단체 대표가 유동균 당시 마포구청장과의 대화를 녹취한 바에 따르면, 이춘기 씨는 유 구청장에게 “내가 (마트 운영권을) 친구 주겠다는 것이 뭐가 잘못됐냐?”며 오히려 따지듯 말했다. 이 말의 맥락은, 조행관 씨는 직원인 장재익 씨에게 경보유통이란 법인을 설립하게 하고, 이춘기 씨는 친구인 조행관 씨에게 마트 운영권을 주기 위해 경보유통을 마트 운영업체로 선정했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세 사람이 사전에 공모한 정황이다. 공단 이사장이 친구에게 마트 운영권을 준 게 잘못이 아닌가? 사전담합 아닌가?
이춘기 씨의 말마따나 ‘친구 회사’로 보이는 경보유통은 마트 운영 자격과 능력은 갖췄을까? 공단은 2020년 8월 「마포농수산물시장 마트매장 운영사업자 선정 입찰공고」를 내고 입찰을 진행해 최고가입찰을 한 경보유통을 낙찰자로 선정했다. 경보유통은 공고 2개월 전인 2020년 6월에 설립됐다. 자본금은 1000만 원에 불과하고, 대형마트는커녕 구멍가게도 운영한 경험과 실적이 전혀 없는 회사였다. 이런 회사가 연매출 500억 원에 이르는 대형마트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까? 직권남용 아닌가?
이춘기 씨는 가장 공정한 최고가입찰인데 무슨 문제냐고 항변해 왔다. 하지만, 공공기관은 나라장터 입찰에서 보편적으로 제한입찰을 채택한다. 기본적인 운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업체를 걸러내기 위해 입찰 자격을 제한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시행령 제13조와 14조에는 입찰의 참가자격과 입찰 사전심사를 반드시 거치라고 명시돼 있다. “참가자격을 심사하는 경우에는 계약이행의 난이도, 이행실적, 기술능력, 재무상태, 계약이행의 성실도 및 사회적 신인도 등 계약수행능력을 평가하는 데에 필요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라고 적시했다. 경보유통은 법률에 명시된 자격을 단 한 가지도 갖추지 못했다.
마포구민과 시장상인들을 대신해 강명숙 전 마포구 위원은 2021년 상반기 구정질의에서 이춘기 씨에게 물었다. ‘자본금 1천만 원짜리 회사가 당장 200억 원 가까이 들어가는 사업자금을 조달할 수 있겠는가, 연간 50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하는 대형마트를 운영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의에 이춘기 씨는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다”라고 답했다.
이춘기 씨는 알 수 없다고 답했으나, 짐작하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경보유통은 입찰에서 월 임대료를 기존 금액보다 무려 5.6배 높게 써냈다. 대형마트의 수익구조와 판매마진을 아는 업계 관계자들은 이렇게 급등한 임대료를 내면서 운영하는 방법은 전대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경보유통은 마포농수산시장 안에 있는 Y축산으로부터 전대금 명목으로 1억 원을 받았다. 명백하게 불법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경보유통은 공단에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으나, 이는 계약서의 존재로 사실임이 밝혀졌다.
불법전대 사실이 드러나자 경보유통 장재익 사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미 돌려줬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말했다. 물건을 훔쳤으나 다시 돌려줬기 때문에 범죄는 아니라는 주장이나 마찬가지다. 불법전대는 공단과 경보유통이 맺은 계약의 엄연한 취소 사유인데, 공단과 이춘기 씨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직무유기 아닌가?
공단과 다농은 2년째 법적 소송도 벌이고 있다. 공단은 소송비용 1억5000만 원을 구민혈세로 썼다. 이춘기 씨의 임기는 지난달 종료됐다. 마포구민들과 시장상인들은 혈세로 지급된 소송비용을 이춘기 씨에게 구상권 청구로 받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춘기 씨에게 사전담합,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의 법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시장 활성화와 구민 편의를 위해 마트 운영을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자격과 능력을 갖춘 업체에 맡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보유통 같은 업체가 마트를 운영하다 적자를 내면 판매가격을 올릴 것이고, 가격이 오르면 고객들이 발길을 돌려 시장이 슬럼화될 게 뻔하다는 염려이다. 가뜩이나 고물가 시대 아닌가.
이제 공은 현 박강수 마포구청장과 김문태 신임 마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게 돌아갔다. 이춘기 씨의 문제를 철저하게 조사해 합당하게 조치하고, 적격한 마트 운영업체를 선정해야 한다는 구민들과 상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공정과 상식의 문제이고, 구민들의 장바구니와 상인들의 생계가 달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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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채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