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밤 北미사일 대응 발사 실패.. 발사직후 강릉 軍기지내 떨어져
민가에서 700m거리.. 軍 늑장공개
美 핵항모, 北도발에 다시 동해로
尹-기시다 오늘 통화 대북공조 논의
탄두가 발견된 곳에서 불과 700m 거리에 민가가 위치해 자칫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군은 사고 사실을 다음 날 오전까지 쉬쉬하다 늑장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북 킬체인(선제 타격) 핵심 전력의 운영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5일 군에 따르면 4일 오후 11시경 강원 강릉 모 공군기지에서 동해 방향으로 발사된 현무-2C 1발이 발사 직후 비정상 비행을 하다 목표 방향인 동해상과 반대인 서쪽 편 영내 골프장에 떨어졌다. 낙탄 당시 충격으로 탄두와 추진체는 400m 간격으로 분리된 채 발견됐고 탄두 폭발은 없었다고 군은 밝혔다. 미사일의 낙탄 당시 강한 섬광과 굉음에 놀란 지역 주민들의 문의가 새벽까지 관공서와 소방서 등에 쇄도했고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관련 영상이 속속 올라왔다.
하지만 군은 5일 오전까지 사고 사실을 비공개로 일관하다 정치권 등 군 안팎의 비난이 잇따르자 깊은 유감을 표명하면서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 중이라는 입장을 냈다.
2017년 9월 북한의 화성-12형 도발 때도 군이 ‘맞불사격’한 현무-2A 2발 중 1발이 수초 만에 해상에 추락한 전례가 있다. 5년 만에 킬체인의 ‘주포’인 현무 미사일의 발사 실패가 반복되면서 군의 북핵 대응 역량에 구멍이 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군은 현무-2C 낙탄 사고 2시간여 뒤인 5일 오전 1시경 에이태큼스(ATACMS·전술지대지미사일)를 동원한 한미 연합 실사격도 진행했다. 지난달 말 동해상에서 한미·한미일 연합훈련에 참가했던 미국의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CVN-76·약 10만 t)도 5일 동해상에 재진입해 6일 한국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와 북한 탄도미사일을 탐지 추적하는 3국 연합훈련을 실시한다.
4일 밤 대북 무력시위 과정에서 낙탄 사고가 난 현무-2C 지대지 탄도미사일은 북한의 대남 핵공격 임박 시 도발 원점을 선제 타격하는 우리 군의 핵심 무기다. 사고 원인 규명이 지연되거나 중대 결함으로 드러날 경우 북핵 대응 태세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7년 9월 북한의 화성-12형 도발에 맞서 발사했던 현무-2A의 추락 사고에 이어 5년 만에 현무 미사일의 실패가 재연되면서 대북 킬체인 핵심 전력의 총체적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군에 따르면 사고 당시 현무-2C는 강릉 모 공군기지 내 이동식발사대(TEL)에서 발사된 후 1분가량 비정상 비행을 하다 목표 방향(동해상)과 정반대인 발사 지점 서쪽에 있는 영내 골프장으로 떨어졌다. 그 충격으로 탄두와 추진체가 분리됐다.
발사 지점에서 약 1km 떨어진 곳에서 탄두가, 그로부터 400m 이격된 거리에서 추진체가 발견됐다. 군 관계자는 “낙탄된 미사일 추진체는 1분가량 불꽃을 내뿜으면서 연소됐다”고 말했다. 탄두 발견 지점에서 부대 울타리 밖의 가장 가까운 민가까지는 약 700m에 불과했다. 사고 직후 부대 측은 낙탄 지점 인근 장병들을 300m 밖으로 대피시켰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미사일의 비행자세를 제어하는 장치(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결함 가능성에 주목한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낙탄된 추진체의 연소 시간으로 볼 때 발사 후 정상적 연소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현무-2C가 수직으로 발사된 직후 자세를 못 잡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날아간 것은 미사일의 자세 제어를 관장하는 구동기나 각종 센서에서 작동 오류를 일으켰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사일의 자세 제어에 관여하는 소프트웨어의 결함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일각에선 추진체 결함이나 추진체 내부 고체연료의 비정상적 연소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올 3월과 5월 두 차례의 대북 무력시위 때 정상 발사된 만큼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은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함께 사고 원인에 대한 정밀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현무-2C 미사일 전량에 대해서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군 당국자는 “미사일전략사, ADD와 협의해 향후 현무-2C 운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검토 중”이라며 “운용 제한 등 전력 공백이 장기간 발생 시 다른 전력 대체 또는 작전계획 변경 등으로 대비 태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고 원인 조사가 장기화되거나 중대 결함이 확인될 경우 현무-2 미사일 전반의 운용과 북핵 대응 태세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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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