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늘고 금리 오르고' 한계 몰린 소상공인..새출발기금 희망될까

자영업자 빚 668조원..1년새 15.6% 늘었다
다중채무자 수 44.7%↑, 대출 규모 20.3%↑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새출발기금'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한계상황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한숨을 돌리고 있다.

2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내달 4일 새출발기금이 공식 출범한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의 재기를 돕기 위해 금융당국 주도로 만들어진 30조원 규모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이날부터 30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신청을 받고 내달 4일부터는 한국자산관리공사·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등 현장 신청을 받는다.


새출발기금에 대한 업계 내부의 반응은 엇갈린다. 다수가 '빚 탕감'을 골자로 하는 구제안을 크게 환영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성실 상환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기중앙회는 "정부 새출발기금 시행을 환영"한다며 "이번 조치가 벼랑 끝에 내몰린 소상공인들이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서초구에서 식당을 하는 A씨는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며 "대출을 계속 연장해준다고 갚을 방법이 생기는 게 아니다. 빚을 없애준다고 하니 조건이 까다로울 것 같지만 어려운 사장님들에게는 참으로 감사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까다로운 조건을 들며 다수 자영업자가 혜택을 누리긴 어려울 것이라고도 관측한다. 일부 자영업자는 '고신용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다고 목소리를 냈다.

마포구에서 국밥집을 하는 B씨는 "연체하지 않으려고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서 갚아왔는데 그냥 연체할 걸 그랬다 싶다"며 "부실우려차주에 해당하는지 확인해보려 하는데 듣기로는 집(부동산)이 있으면 받을 수 없다고 해서 큰 기대는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매달 힘들게 빚을 갚아가는 소상공인에게는 허탈감이 드는 제도다. 성실히 빚을 갚아온 사람들에게 따로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거나 대출상환을 연장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역시 '새출발기금' 대환대출에 가계 대출을 포함해야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소공연은 "정부의 다각적인 재정적·금융적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각지대가 남아 있는 부분이 아쉽다"며 "성실히 채무를 이행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역차별을 느끼지 않도록 가계대출을 포함한 폭넓은 대환대출, 장기상환 전환 등의 세심한 정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부가 '원금 탕감'을 골자로하는 새출발기금을 들고나온 배경은 코로나 장기화 인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빚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나이스평가정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영업자가 전체 금융권에서 빌린 기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 약 688조원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5.6%, 지난해 말에 비해서는 8.0% 증가한 수준이다.

기업대출을 받은 자영업자수는 지난해 말 279만10명에서 6개월 사이 16.5% 불어난 325만327명으로 집계됐다. 1인당 대출액은 평균 2억1175만원이다.

이들 중에서도 다중채무자의 수와 대출액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 중 다중채무자는 41만4964명으로 지난해 말 대비 44.7% 늘어났다. 대출 규모는 162조원에서 195조원으로 20.3% 증가했고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6992만원이다.

전체 자영업자 차주 중 다중채무자의 비중은 10.3%에서 12.8%로 늘었고, 다중채무자의 대출액 비중은 25.5%에서 28.4%가 됐다.

3% 이상의 비싼 금리를 부담하는 자영업자들의 비중도 늘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 이자율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중 연 3% 미만 금리를 적용받은 대출 비중은 23.6%다.

금리 연 3% 미만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은 지난해 9월말 기준 72.1%로 9개월 사이 비중이 48.5%포인트 급락했다. 같은 기간 연 4% 이상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은 3.3%에서 20.8%로 6배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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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