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집중호우] 강남 일대 쑥대밭..도로 갈라지고 곳곳 버려진 차

출근길 나온 차들 엉켜 아수라장..맨홀뚜껑 튕겨나와 아찔한 상황도

▲ 반포대로 위에 버려진 차량 독자제공.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휩쓸고 간 9일 오전 서울 강남 일대는 재난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했다.

전날 밤 빗물이 허리까지 차오르자 운전자들이 다급하게 버리고 간 차들이 도로 한복판과 갓길 할 것 없이 곳곳에 방치돼 있었고, 출근길 차들이 몰리면서 뒤엉켜 아수라장을 이뤘다.


택시 기사 이모(58) 씨는 "서초 예술의전당, 강남역 사거리 등 곳곳에 차들이 버려져 있더라. 택시 기사 일을 하며 그런 광경은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얼른 도로 정비를 해야지, 출근길 차량이 더 많아지면 큰 사고가 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아침 일찍 출근하러 나온 직장인들이 교통 대란을 겪고 있다.

예술의전당에서 사당역으로 가는 남부순환로 4차선 도로 중 3개 차선을 정차된 차량 3대가 막고 있는 바람에 나머지 1개 차선에 몰린 차들이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이날 소셜미디어(SNS) 등에도 강남역과 대치역, 서초구 반포동 인근에서 침수 상태로 버려진 차들을 찍은 사진이 잇따라 올라왔다.

"대치역 은마아파트 쪽에 다들 차를 버리고 갔다", "집에 오는 길에 침수돼서 차를 버리고 걸어왔다", "사람들이 차를 버리고 도로로 튀어나와서 지도를 보고 집을 찾아가고 있다" 등 버려진 차량 목격담이나 자신의 차량을 버리고 올 수밖에 없었다는 경험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차량을 두고 탈출한 운전자들은 개별적으로 견인 등 조치를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차들이 도로 곳곳에 버려졌지만, 운전자가 개별적으로 레커차로 움직이고 있어 많이 정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폭우로 한꺼번에 많은 빗물이 건물 안까지 들이치면서 실내 시설 역시 곳곳에서 피해가 컸다.

전날 밤 관악구 서울대학교 관정도서관 내부에는 물이 계단을 타고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정전까지 일어나면서 전동식 사물함에서 책을 꺼낼 수 없어 교재가 모두 물에 젖었다고 학생들은 토로했다.

인문대학교 건물 곳곳에도 빗물이 덮쳐 학교 안에 늦게까지 남아있던 학생들이 허겁지겁 대피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강남구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서는 천장 일부에 생긴 틈으로 빗물이 거세게 들이쳐 방문객들이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폭우를 견디지 못하고 도로 위 맨홀 등 시설물이 떨어져 나가면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트위터에는 "수압 때문에 맨홀 뚜껑이 튕겨 나왔다 떨어져서 도로가 여기저기 박살 나고 구멍투성이가 됐다", "맨홀 뚜껑이 떠다니고 있다", "맨홀 뚜껑이 열려있는 곳이 많아 빠질 뻔했다", "강남 잠실에 맨홀 뚜껑이 없는 곳이 많다" 같은 글이 올라왔다. '맨홀 뚜껑'은 이날 오전까지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수십만 건이 언급됐다.

신대방역 인근에서는 도로가 유실돼 토사가 쏟아져 나왔고, 노량진역 인근에서는 땅 꺼짐(싱크홀) 현상이 일어나 시민들이 아슬아슬하게 피해 다녔다.

하천이 범람하거나 하수구가 역류하면서 거리에 쓰레기가 넘쳐나기도 했다.

도림천 인근 주택 골목길에 물이 차고 하수가 역류해 쓰레기가 떠다녔고,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우러 나섰다.

강남역 인근에서는 하수가 역류하면서 바퀴벌레 떼가 출몰했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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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