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모르고 상승하던 대장주 아파트 시세가 26개월 만에 꺾였다. 금리 인상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전체적으로 식어가며 비싸고 큰 대장주 아파트에서도 일부 조정이 일어나는 모양새다.
25일 KB부동산이 발표한 7월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KB선도아파트50지수(선도지수)는 101.18을 기록했다. 지난달 101.42보다 0.24포인트(p) 하락한 수치로 선도지수가 하락한 것은 2020년 5월(-0.64p) 이후 처음이다.
선도지수는 KB부동산이 전국 아파트 단지 중에서 시가총액(가구 수 곱하기 가격) 상위 50개 단지를 매년 선정해 작성한다.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시장을 예상하는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대장주 아파트가 몰려있는 서울 강남권에서도 하락거래가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7차 전용면적 157.36㎡는 지난달 9일 55억원에 매매됐다. 지난 5월 19일 같은 면적(현대6차) 신고가인 58억원보다 3억원 낮은 금액이다.
고액자산가와 유명인이 거주하는 용산구 한남더힐에서도 하락거래가 나왔다. 이 아파트 전용 235㎡는 지난달 17일 80억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 9일 같은 면적이 85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5억원 떨어졌다.
고가아파트는 워낙 비싸고 대출조차 받을 수 없어 금리 인상 등의 영향을 적게 받았다. 그러나 최근 금리 인상폭이 예상 이상으로 크고 이로 인한 매물 적체가 이어지며 서울지역 전반에서 매수심리가 하락하고 있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나오며 자산가들도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며 “기다려보자는 분위기가 생기며 하락한 거래도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의 영향으로 똘똘한 한 채의 필요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21일 종부세 과세 체계를 주택 수에서 가액 기준으로 전환하고, 다주택자의 중과 세율 폐지를 골자로 하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난 정부의 세제안과 부동산 규제 등은 자산가로 하여금 핵심지에 한 채만을 보유토록 했다”며 “그러나 이번 정부는 이런 기조를 바꾸고 있어 앞으로 똘똘한 한 채 수요는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윤 연구원은 "주요 지역 고가주택에는 대기수요가 꾸준하게 있다"며 "앞으로 주택이 공급될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집값은 다시 뛸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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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