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세계 1위 조선업계, 하반기는 '보릿고개'...고금리·원자재 가격 인상 리스크가 숙제

한국 조선산업이 올해 상반기 양적·질적으로 모든 측면에서 세계 1위에 올라서면서 완전한 부활을 알리는 듯하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축포를 터뜨리기는 이르다고 말한다.

후판 등 원자재 가격은 급등했고, 추가적인 원가 인상 위험 요소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에 따른 물동량 감소 전망도 업계를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다.

무엇보다 불안정한 재무구조에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가 겹치면서 올해를 넘기는 것이 가장 큰 숙제로 떠올랐다. 올해 하반기를 보릿고개로 보고 있는 조선업계는 내년부터는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가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선박 발주의 절반을 쓸어 담으며,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조선 국가에 올랐다.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알려진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발주량의 70% 이상을 수주한 점이 고무적이다. 질적 양적 측면 모두에서 중국을 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6월 세계 선박 발주는 전월 대비 약 60% 증가한 416만CGT(98척)이며, 이 중 한국이 256만CGT(34척, 62%), 중국 110만CGT(50척, 27%)를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카타르 LNG프로젝트 등 LNG운반선 대량 수주(26척)에 힘입어 수주량이 전월 대비 2배 이상 늘었지만 중국은 20% 증가에 그쳤다.

전 세계 상반기 누계 발주량은 2148만CGT로 전년 동기(3058만CGT) 대비 30%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한국 994만CGT(184척, 46%), 중국 926만CGT(335척, 43%), 일본 154만CGT(55척, 7%) 순이다.

한국의 상반기 수주량은 전년 동기 1106만CGT와 비교하면 112만CGT(10%포인트) 감소했으나 점유율은 36%에서 46%로 10%포인트 증가했다.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알려진 LNG선의 상반기 발주(14만m³ 이상)는 89척으로, 이 중 63척(71%)을 한국 조선사가 수주했다. 한국은 LNG운반선 분야의 높은 기술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하반기에도 카타르 프로젝트 등을 통한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수주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 수주 대금은 내년부터 들어온다···재무구조 개선 시급
조선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지난해 수주 물량에 대한 대금이 들어올 예정이다. 2021년은 최악의 불황에 빠졌던 조선업계가 수주 목표액을 달성한 시기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역시 크게 늘었다.

조선업 특성상 선박 건조는 수주 후 약 1~2년 지난 뒤 시작된다. 선박대금 역시 건조가 시작되면서 입금되기 때문에 지난해 수주 실적이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것은 내년부터다. 즉 조선업계 재무 상황은 여전히 불황인 셈이다.

따라서 올해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조선업계에 가장 큰 숙제다. 올해 1분기 기준 조선 3사 부채비율은 △한국조선해양 129.62% △대우조선해양 547% △삼성중공업 204.61%로 집계됐다. 한국조선해양을 제외하면 산업은행이 위험 수치라고 제시한 부채비율인 200%를 넘겼다.

문제는 최근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로 인해 만기가 다가오는 회사채에 대한 이자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조선해양 1분기 기준 부채 총계는 15조7728억원이며, 이에 대한 이자율은 1.75~3.95%로 다양하다. 단순히 부채 총계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금리가 0.5%포인트 오를 때마다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연간 약 789억원 늘어난다. 한국조선해양보다 부채비율이 높은 다른 두 조선사는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날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24시간 위기관리 체제에 돌입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유상증자에 이어 올해는 회사가 보유한 드릴십 등 자산을 매각하면서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리 인상이 회사 측 전망치를 넘어서면 추가적인 재무 악화를 피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재무 건전성 확보 계획도 금리가 어느 정도 안정됐을 때나 가능한 것”이라며 “예상을 넘어서는 금리 인상은 결국 부채비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후판 가격만큼은 동결해야”···적자 폭 확대 우려
원자재 가격 상승은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올해 1분기 조선 3사 영업손실 규모는 9614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후판 가격 인상분을 반영한 결과다. 조선사들은 상반기 예상 인상가를 1분기 실적에 선반영했는데 그 규모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2020년 톤(t)당 60만원대였던 조선용 후판 가격은 올해 상반기 t당 120만원대로 2배 뛰었다. 하지만 과거에 수주한 선가에는 이 같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아 배를 만들고도 적자를 기록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앞으로 반년을 조선업계가 버티기 위해서는 하반기에는 후판 가격이 낮아지거나 최소한 동결돼야 한다고 업계에서는 설명한다. 긍정적인 부분은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제강사들이 하반기 후판 가격 동결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후판 가격이 동결된다면 실적이 개선되지는 않지만 상반기 수준은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10만원 인하되면 조선 3사는 1조원 이득을 보게 된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나나···물동량 비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경기 침체 전망 등에 따른 물동량 감소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물동량 감소는 곧 해운사 일감 감소로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발주 물량이 줄어드는 연쇄효과를 일으킨다.

실제 해운 운임이 하락하면서 물동량 감소를 증명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꾸준히 상승하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6월 마지막 주 4203으로 3주 연속 내림세다. 벌크선 운임지수(BDI) 역시 6주 연속 하락했다. 이는 최근 해운 운임 상승 요인이 해소된 것이 원인이지만, 물동량이 줄었다는 지표도 된다.

주요 자원국인 러시아 측 발주가 끊긴 것은 물론 기존 계약마저 취소된 상황도 조선업계에는 악재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30일 LNG운반선 1척에 대해 유럽 지역 선주가 선박 건조 대금을 기한 내 지급하지 않음에 따라 계약 해지를 통보한 바 있다. 지난 5월 18일 러시아발 LNG운반선 1척에 대해 계약을 해지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모든 조선사들이 올해만 잘 넘겨보자는 마음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며 “이럴 때야말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돈이 들어오기도 전에 아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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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