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이뤄지는 이번 쌍용차 매각은 예비 인수예정자(Horse)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한 뒤 다시 공개 입찰을 거친다. 지난달 진행된 예비 입찰에서는 KG그룹과 켁터스 프라이빗에쿼티, 파빌리온 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이 쌍방울그룹 주도의 광림 컨소시엄을 밀어내고 인수예정자로 선정되며 주도권을 가져갔다. KG그룹이 3000억원대 초반을 제시하며 단순 가격으로는 3800억원가량을 써낸 쌍방울 측의 제안이 더 컸다. 다만 정성 평가에서 KG그룹이 더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매각 측은 현금 변제비율 등 정량적 요인 외에도 여러 정성적 요소를 고려해 인수 후보군을 찾고 있다. 채권단에 대한 현금 변제도 중요하지만, 한 차례 매각이 좌초됐던 만큼 책임감을 갖고 쌍용차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수 이후의 경영계획, 관련된 자금에 대한 증빙 등이 정성적 요소다. 특히 쌍방울그룹은 자금 증빙 부분에서 KG그룹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쌍방울그룹은 이번 입찰을 앞두고 컨소시엄에 자금력을 갖춘 재무적 투자자(FI)를 추가해 자금 증빙 부문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미 예비 인수예정자 선정을 거치며 서로가 제시한 가격 수준에 대한 파악이 어느 정도 끝난 만큼 이번 2라운드에서는 이전보다 높은 조건을 제시해야 경쟁이 가능하다.
예비 인수예정자인 KG그룹은 쌍방울이 입찰에서 써낸 가격에 맞추기만 하더라도 쌍용차 인수에 성공할 수 있다. '실탄'은 충분하다. KG그룹의 경우 주요 계열사의 경영 호조에 힘입어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갖춘 가운데 코어엔텍 매각 성공으로 5000억원의 자금을 추가 확보했다. 여기에 오랜 우군인 캑터스PE는 물론, 경쟁자였던 파빌리온PE와도 손을 잡았다.
다만 인수에 대한 '의지'는 변수가 될 수 있다. KG그룹 고위층의 쌍용차 인수에 대한 의지는 상당히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회생 기업 인수합병(M&A)과 경영 개선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만큼 이미 상정한 가격 이상의 무리한 조건은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쌍용차의 최근 판매 성적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출시한 신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토레스는 첫날 사전 계약이 1만2000대를 넘어서면서 쌍용차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출시 초기의 '반짝 흥행'에 그칠 가능성도 있고, 매각 자체에 당장 영향을 줄 요소는 아니다. 다만 여전히 브랜드 가치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매각 후 경영 과정에서는 충분히 고려할 만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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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