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켤레 구두' 사치의 여왕 이멜다..독재자 아내→대통령 엄마

필리핀 대통령에 '마르코스 아들' 당선아내 이멜다 행보 관심..'망명→국회의원→부정축재'

▲ 필리핀 독재자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 마르코스 /AFPBBNews=뉴스1
'사치의 여왕'이라 불리던 필리핀 독재자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 마르코스(92)가 대통령의 엄마로 돌아왔다.

미국 ABC뉴스 등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필리핀 대통령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64)가 당선됐다.

전날 진행된 대선 투표 집계 결과 개표가 95% 가까이 진행된 상황에서 마르코스는 3015만217표를 획득해 대선 후보로 나온 2위 레니 로브레도 현 부통령(1437만640표)을 두 배 이상 앞서는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마르코스 당선인의 아버지인 동명의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부터 1986년까지 20년간 철권통치를 한 독재자로 잘 알려져 있다. 계엄령을 선포하고 수천명의 반대파를 고문하고 살해하는 등 악명 높았다.

이후 마르코스 일가는 1986년 민중봉기로 축출돼 다이아몬드와 현금을 채운 비행기를 타고 하와이로 망명했다. 3년 뒤인 1989년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하와이에서 사망했다.

하지만 그의 아내이자 마르코스 당선인의 어머니인 이멜다는 퇴진 약 35년 만에 대통령의 어머니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이멜다는 남편의 재임 기간 동안 각종 사치와 향락을 누린 사실이 공개되며 '사치의 여왕' '부패의 상징' 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1986년 마르코스 일가가 시위대를 피해 대통령궁을 비웠던 당시 궁에는 3000켤레가 넘는 명품 구두와 각종 드레스, 장신구, 명품백 등이 발견됐다.

2003년 제작된 이멜다의 전기 영화 '이멜다'에는 "이멜다가 8년간 매일 구두를 갈아 신었으며 하루도 같은 구두를 신은 적이 없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멜다가 이탈리아산 치즈를 구하러 고국행 비행기를 회항시킨 '치즈 스캔들'도 유명하다.

이멜다는 실각 뒤 망명했다가 1991년 사면돼 필리핀으로 돌아왔다. 1995년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이후 3회 연임했다.

2018년 필리핀 법원은 부정 축재 재산 은닉 혐의로 이멜다에게 11년형을 선고했다. 이멜다는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뒤 항소했다. 마르코스 주니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서 필리핀 대법원이 이멜다를 처벌할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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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