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인들에 임시 입국 허가..러시아인들은 국경서 무작정 대기
미국이 우크라이나인들의 입국은 허용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인 망명 희망자들의 입국은 막고 있다고 로이터·AP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미국 정부는 멕시코를 거쳐 자국에 들어오려는 우크라이나인들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1년간의 임시 입국 허가를 내주기로 했다.
일단 입국이 허용된 우크라이나인들은 추방 걱정 없이 합법적으로 1년간 머물 수 있게 된다.
이에 반해 러시아 여권을 들고 국경 검문소를 통과하려던 망명 희망자들은 잇따라 저지를 당했다.
미국 샌디에이고로 이어지는 멕시코 티후아나 국경엔 미국 입국이 막힌 러시아인들이 노숙을 하며 무작정 기다리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국과 멕시코 사이 육로 국경엔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도 미국으로 가려는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었다.
비자를 받기 힘든 미국 대신 멕시코에 관광 비자로 들어온 후 육로로 미국으로 들어가 망명을 신청하는 식이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2월 사이 미·멕시코 국경을 넘어와 망명을 신청한 러시아인은 8천600여 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30배가량 늘었다. 우크라이나 출신 망명 신청자 역시 1년 새 35배 급증했다.
미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자국 망명을 원하는 이민자의 입국을 차단하거나 밀입국한 이들을 추방하고 있는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인들의 경우 중남미 이민자들보다 비교적 쉽게 입국과 망명이 허용돼 왔다.
이들 국민의 경우 추방 비용이나 본국과의 외교관계 등 때문에 추방이 더 까다롭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우크라이나인들의 미국 입국은 전보다 더 쉬워진 반면 러시아인들에겐 문턱이 더 높아졌다.
멕시코 국경에 발이 묶인 러시아인들은 자신들 역시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4명의 자녀와 함께 러시아를 탈출한 교사 이리나 졸키나는 로이터에 "러시아 내부도 끔찍하긴 마찬가지"라며 "너무 오랫동안 공포 속에 살았다"고 말했다.
졸키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일인 지난달 24일 반전 시위에 나섰다가 체포됐고, 풀려난 후 곧바로 우즈베키스탄, 터키를 거쳐 멕시코 캉쿤으로 날아온 후 미국행을 시도했다.
역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를 탈출한 마르크는 AP에 "우크라이나인들과 러시아인들 모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한 사람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티후아나 당국은 국경에 진을 치고 있는 러시아인들에게 러시아어로 된 안내문까지 전달하며 철수를 요청했지만, 러시아인들은 미국행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이며 떠나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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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