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쇠사슬녀 드러난 '추악한 진실'... 올림픽 폐막때까지 입닫았다

윈난서 태어나 장쑤로 두 차례 팔려
기율 위반 현지 당 서기 등 17명 처벌
30년 전 현지 인신매매 수사 촉구도

중국 장쑤(江蘇)성에서 지난달 말 발견된 쇠사슬에 묶인 여성이 농촌 인신매매로 팔려온 사실이 드러났다. 중국 당국은 23일 ‘펑(豊)현 8자녀 출산 여성’으로 이름 붙인 이른바 ‘쇠사슬녀’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사건이 14억 중국인의 공분을 불러일으키자 인신매매 사실을 인정하고 관련 공직자 17명을 처벌하는 등 여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1980~90년대 중국 농촌에 만연했던 여성 인신매매의 실상을 끝까지 파헤치고, 사태를 방관 은폐했던 공직자의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들끓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6일 한 블로거가 장쑤성 쉬저우(徐州)시 펑현의 한 판잣집에서 쇠사슬에 목이 묶여 있는 여성 양(楊)모(45) 씨를 촬영한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처음 알려졌다. 양 씨 남편이 그녀와 사이에 자녀 8명이 있다고 자랑하는 영상을 해당 블로거가 추가로 공개하면서 분노는 한층 확산했다.

특히 현지 당국이 민심을 달랜다면서 지난달 28일부터 10일까지 4차례 걸쳐 발표한 정보가 오락가락했던 것도 불신을 키웠다. 현지 지방 정부는 양 씨에 대한 인신매매나 유괴가 없었다고 하다가 이달 10일에야 유괴 및 인신매매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지난 17일 꾸려진 장쑤성 특별 조사팀은 이날 ‘펑현 8자녀 여성’인 양 모씨가 윈난(雲南)성 푸궁(福貢)현 야구(亞谷)촌 출신 샤오화메이(小花梅)로 1977년 5월 13일 태어났다고 수사 결과에서 밝혔다. 양 씨는 두 차례 인신매매를 당했으며, 1998년 6월부터 둥(董) 씨와 동거를 시작해 8명의 자녀를 출산했다. 당국은 양 씨가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면서 현재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펑현 검찰은 22일 양 씨의 남편 둥 씨를 학대죄 혐의로 체포했다. 양 씨는 1998년 6월 둥 씨의 부친이 돈을 내고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팀은 러우하이(婁海) 펑현 당 서기를 업무 기율 위반 혐의로 면직 처분하고, 정춘웨이(鄭春偉) 펑현 부서기 겸 현장은 당직 면직과 현장 사임을 명령하는 등 관계자 17명을 처벌했다.

수사팀은 또 그동안 네티즌이 의문을 제기한 양 씨와 둥 씨의 결혼증명서 사진 속 여성과 양 씨는 동일 인물이고, 양 씨가 쓰촨(四川)성에서 실종된 여자 어린이 리잉(李瑩)은 아니라고 밝혔다.


베이징 겨울올림픽 폐막을 기다렸다 나온 당국의 수사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론을 가라앉히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23일 1980~90년대 펑현이 속한 쉬저우 인근의 인신매매 조직의 실상을 샅샅이 파헤칠 것을 촉구했다. 특히 1989년 출판된 여성 인신매매 실태를 고발한 문학작품 『오래된 죄악』을 지적하며 당시 쉬저우 일대에서 인신매매로 팔린 여성만 수만 명이고, 택시 운전사 조직이 길가에서 부녀자를 납치하는 일이 빈번했다고 폭로했다.

둬웨이는 이러한 부녀자 납치가 횡행할 수 있었던 이유와 인신매매를 방관하거나 범죄를 돕거나 보호한 기층 관리나 상급 관리의 직무 유기를 철저히 추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30년 전 쉬저우의 추악한 죄악을 철저히 드러내고 관련 공직자를 처벌해야만 서구 언론의 비난에 자신 있게 대응할 수 있고, 중국공산당이 제시한 ‘국가 거버넌스 체계와 능력의 현대화 추진’ 목표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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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