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방송강행, 못 막은 김건희 가처분신청..실패 이유 3가지

▲ 지난해 12월26일 김건희씨가 대국민 사과에 나선 모습을 한 시민이 TV로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저녁 MBC 스트레이트는 법원 결정에 따라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씨가 '서울의소리' 직원과 통화한 내용 중 일부를 그대로 방송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박병태 부장판사)는 김씨가 MBC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중 극히 일부만 인용했다. 방송 예정인 것으로 예상되던 주요 통화 내용에 대해선 "방송 가능하다"며 김씨 측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조계에선 법원 결정문에 판시된 내용대로 김씨 측 가처분 신청이 이뤄졌다면 법적인 부분에서 전략적으로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첫째, 김건희 측은 MBC의 방송내용이나 서울의소리 직원이 녹음한 통화내용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에 대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법원 결정문에 따르면 김씨 측은 9건의 발언에 대해 방송을 금지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하지만 이 9건은 김씨 측이 MBC 방송내용이나 녹음된 통화파일을 직접 확인해 문제가 될만한 부분만 골라서 작성한 게 아니다. 방송예정인 편집본이나 통화파일은 김씨 측이 구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김씨 기억 등에 의존해 가처분 신청을 했고 어떤 내용이 방송될 것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9건의 발언은 방송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한 법률전문가는 "가처분은 주장 책임이 신청인인 김씨에게 있는데 정작 내용 파악이 안 돼 있었다면 불리한 상황이었다"며 "허공에 총 쏘듯 방송금지를 구하는 목적물이 뭔지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급하게 하느라 어떤 '치명적'인 내용이 있는지를 몰라서 법원을 설득하는데도 실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방송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런 부분은 나오면 안 된다'고 주장하려니 김씨 측에서 매우 곤란했을 것 같다"며 "7시간 통화 녹음 파일을 구해서 법정에서 일부라도 직접 생생한 통화내용을 재생하는 방법으로 재판부에 어필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김씨 측이 가처분 신청에서 주장했던 9건의 발언 중 어떤 내용이 MBC 방송에 포함돼 있는지도 16일 현재까지 확인이 안 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15일 서면으로 반론을 요청했으나, MBC는 김씨가 인터뷰에 직접 응해야 방송개요를 알려 주겠다고 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김씨 측의 '불법 녹음'+'사적 대화' 주장은 가처분 사건에선 법적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크지 않았다. 김씨 측은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서울의소리 이모씨가 고의적으로 접근해 동의없이 사적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그 수집절차가 위법해 방송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 측 주장은 법적으로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방송금지 필요성을 주장하는 가처분 사건에선 근거로 들기엔 '미약한' 것이었단 게 법조인들 평가다.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금하는 사적 대화는 '제3자간 대화'다. 서울의소리 이씨는 자신이 통화를 하면서 직접 녹음한 내용을 MBC에 넘겼다. 따라서 통화파일 자체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론 보기 어려웠다.

명예, 인격권 침해 등 헌법 상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이런 부분은 '불법행위'라고 법원서도 인정하는 것이지만, 민사적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인 '불법행위'로 볼 순 있어도 형사적 처벌이 가능한 문제는 아닐 수 있다. 따라서 가처분 신청을 다루는 재판부에선 형사적 문제가 직접 드러나지 않는 통화 파일에 대해서 방송을 금지할 명분으로 '사적 대화'나 '불법 녹음' 주장은 근거로는 약하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셋째, 김씨 측의 '반론권 보장 미비' 주장이 인정되지 않았던 것도 김씨 측 실수에 가깝다. 법원 결정문에 따르면 MBC는 작년 12월29일 경부터 김씨 및 관계자들에게 반론 내지 해명을 해 보라고 접촉했다. 김씨 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따라서 재판부는 김씨 측이 반론권을 스스로 행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법률가들은 "결과론적 얘기지만 김씨 측이 '반론권 보장 미비'를 주장하려면 차라리 MBC에 방송 내용을 미리 확인하는 조건으로 반론을 하겠다는 제안을 하고 그에 응하지 않는 경우, 반론권이 제한됐다는 주장을 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전에 내용파악도 안 된 김씨 입장에선 차라리 공익선거법 부분을 좀 더 강조해서 '방송이 강행될 경우에, 7시간 파일을 편집 방송하면 중요한 대선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후보자비방에 해당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에 집중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사소한 부분이지만 김씨 측이 가처분 신청시 신청취지를 주위적, 예비적으로 나눠 한 것 조차 법원은 '불필요'한 것이라며 '형식적 구성'에 다소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씨 측 법률대리인들은 주위적 신청으론 서울의소리 이씨와의 통화내용을 기초로 한 MBC 스트레이트 방송 '전체'를 금지해달라고 요청하고, 예비적으론 9건의 발언 내용을 스스로 골라서 제시해 "이거라도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예비적 신청은 주위적 신청과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관계에 있어야 하는 바, 주위적 신청과 동일한 목적물에 관하여 동일한 신청원인을 내용으로 하면서 주위적 신청을 양적이나 질적으로 일부 감축하여 하는 신청은 주위적 신청에 흡수되는 것일 뿐 소송상의 예비적 신청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1. 5. 28. 선고 90누1120 판결, 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61463 판결 등 참조)"고 결정문에 대법원 판례번호를 '각주'까지 달아 지적했다.

"전체를 방송금지 해 주거나 예상되는 9건 발언이라도 금지해달라"는 김씨 측 신청내용은 예비적 신청이 주위적 신청을 양적 내지 질적으로 일부 감축하는 신청에 해당해 소송상 예비적 신청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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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