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그룹, 알펜시아 '입찰담합 확인… 입찰 무효 될까

KH강원개발과 KH리츠 복수로 입찰에 활용
KH필룩스→KH강원개발에 300억 자금대여
동시에 IHQ·장원테크→KH리츠에 268악 자금대여
장원테크 이사회 안건 '알펜시아 입찰보증금 납부' 명시
동일 사항 동일인 2통 이상 입찰서 무효 위반 가능성

▲ [출처=알펜시아 홈페이지]
KH그룹이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 복수 입찰한 사실이 사실상 확인됐다. 들러리로 내세운 그룹 내 다른 계열사는 바로 KH리츠다. KH농어촌방송이라는 이름의 회사다.

KH그룹의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담합 논란은 최근 강원도의회에서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오른 이슈다.

24일 KH그룹 내 계열사들의 금융감독원 공시와 기타 서류 등을 검토한 결과 알펜시아 인수에는 KH그룹의 KH강원개발과 KH리츠가 복수로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알펜시아 리조트 낙찰자인 KH강원개발의 모기업 KH그룹이 계열사인 IHQ와 장원테크를 통해 KH리츠에 입찰보증금을 위한 자금대여를 해준 정황이 나온 이상 강원도시개발공사와 강원도는 이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KH그룹의 중복입찰 과정은 KH그룹 내 계열사간의 자금흐름에서 나타났다.

최종 입찰자인 KH강원개발은 지난 5월 12일 자본금 1000만원에 설립된 법인으로 KH필룩스가 자본금을 댔다.

KH필룩스는 알펜시아 리조트의 입찰 마감일인 지난 6월 18일 KH강원개발에 300억원의 자금을 대여해준다.

대여 목적은 '알펜시아리조트 공개경쟁입찰 참여를 위한 금전대여'다.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공고문에 따르면 입찰자는 이날까지 입찰금액의 5/100에 해당하는 입찰보증금을 내야 했다.

KH그룹은 여기에 추가로 계열사 KH리츠도 동원해 알펜시아 리조트 인수전에 참여시켰다. 이를 위해 KH그룹 소속의 상장사 IHQ(코스피)와 장원테크(코스닥)가 동원됐다.

우선 IHQ는 지난 6월 18일 KH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KH리츠에 200억원 규모의 현금을 대여해준다. 표면적인 대여 목적은 '목적사업 영위를 위한 일시적 금전대여'다.

KH리츠가 이 자금을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에 사용했다는 사실은 KH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장원테크에서 확인된다.

장원테크는 지난 6월 18일 273차 이사회를 열고 KH리츠에 68억원 규모의 자금대여를 승인했다. 이사회 안건 제목은 '알펜시아 입찰보증금 납부를 위한 자금대여'였다.

그동안 KH리츠가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KH리츠가 사명을 여러 차례 바꿨기 때문이다.

KH리츠는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마감을 하루 앞두고 사명을 '평창리츠'로 바꾼다. 이 사실은 6월 22일에 등기된다.

이후 7월 20일 사명을 다시 KH농어촌산업으로 교체한다. 목적사업에는 인쇄 및 출판업과 신문·잡지 등 발행업 광고기획업 등을 추가한다. 주로 언론사와 방송사가 영위하는 사업이다. 실제로 IHQ는 지난 8월 KH농어촌산업을 통해 한국농어촌방송을 인수, 운영 중이다.

복수 입찰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7000억원 규모의 알펜시아 매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9조와 동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동일한 사항에 동일인이 2통 이상 입찰서를 제출한 입찰은 무효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와 강원경찰청은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담합 및 입찰 방해죄, 업무상 배임 등의 문제를 가지고 관련 내용의 조사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추가로 강원도의회는 다음 달로 예정된 강원도 행정사무감사의회에서 관련 문제를 계속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알펜시아 리조트는 평창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지난 2009년 강원도가 평창 대관령면 일대에 1조6000억원을 들여 조성한 종합리조트다.

올림픽이 끝난 뒤 알펜시아 리조트는 강원도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막대한 부채에 따른 이자와 유지관리 비용이 강원도 재정에 큰 부담이 됐다. 강원도가 부담하는 관련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7733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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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