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은 깜짝 놀라 호남갔는데..최고위원은 또 전두환 칭송

국민의힘이 당 지도부 차원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두환 옹호’ 발언 후폭풍 수습에 나섰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1일 오전 전남 여수시 만흥동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비석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여수ㆍ순천을 찾아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에 참배했다. 지난 7월 30일에 이어 취임 후 두 번째 여수ㆍ순천 방문이다. 당초 일정에 없던 호남 방문에 대해 당 핵심관계자는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의 발언을 수습하기 위해 급히 호남을 찾았다는 해석이 나오는데, 틀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이 부산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ㆍ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주장했다가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이 대표는 해당 발언에 대해 “정확하게 선을 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참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실에는 전두환 대통령 사진이 없다. 그 분의 통치행위에 대해 기념하고 추모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저희 당에서 정치를 하는 분들은 특히 호남 관련 발언을 할 때 최대한의 고민을 해서 발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호남에 실망을 준 일이 있다면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며 “당 대표로서 이런 다른 의견들이 당의 기본 정책이나 핵심 가치에 반영되는 일이 없도록 정확하게 선을 긋겠다”고 덧붙였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해당 발언에 대해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치인은 어떤 발언을 함에 있어서 내심의 의도와는 달리 국민들이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를 잘 헤아려 진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겨우 훈풍을 만든 당 호남 지지율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앞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엔 당 지도부가 광주를 찾아 무릎을 꿇는 등 서진정책을 꾸준히 펼쳤다. 이준석 대표 역시 취임 첫날 광주를 찾았다. 덕분에 한때 국민의힘의 호남 지지율은 30%에 육박했지만, 최근에는 다소 고전하는 모양새다.


18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의 호남(광주ㆍ전남ㆍ전북) 지지율은 40%를 넘긴 당 지지율의 3분의1 수준(14.9%)을 기록했다. 15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33%인 당 지지율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11%)이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당에서 국민통합위원장인 호남 출신 정운천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1년 간 호남 동행의원 제도, 5ㆍ18 유족과의 소통 등의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호남 분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이 대표와 함께 호남을 찾은 정 의원은 “윤 전 총장이 5ㆍ18을 폄훼한 게 아니기 때문에 오늘도 여러 단체들과 대화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며 “3년 전만 해도 폄훼 발언이 당에서 나오면 난리가 나곤 했는데, 이번 건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에서 이날 윤 전 총장의 발언에 대한 옹호 발언이 나오면서 여진이 이어졌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에서 “부동산, 원전 정책 두 가지만은 문재인 대통령이 적어도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배웠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문 대통령의 여러 정책을 비판하면서 “전두환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고, 그런 정치체제가 등장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 시절에는 학교 졸업하면 취직이 다 잘 됐고, 주택 청약 당첨도 쉬웠다. 그렇게 희망이 좌절된 시대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를 놓고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불씨가 사그라들 시점에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고 토로했다.

국민의당에서도 강력한 반발이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크게 잘못된 발언”이라며 “(경선)1위를 위협받는 위기감에서 탈출하기 위해 일부 당심에 호소한, 의도적으로 계산된 발언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권은희 원내대표도 “윤 후보가 사과로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다. 학살자의 전리품을 꺼내들고 광주시민을 분열시킨 것에 대해 시민들의 정의로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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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