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총성 없는 전쟁 본격 시작

전문기업 출범·사업 흑자전환 계기로 경쟁 격화

▲ SK이노베이션이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 배터리 공장의 조감도(왼쪽)와 공사현장.[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되는 SK배터리(가칭)가 오는 10월 출범을 한 달여 앞두고 있다. 유사한 시기 국내 대형 3사의 배터리 사업이 모두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관측된다.

배터리 전문기업의 출범과 사업의 흑자전환을 계기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총성 없는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를 앞두고 국내 배터리 3사에서는 인재와 투자 유치를 위한 전초전도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가 인재 채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 중순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R&D) 관련 수시 채용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SK배터리의 출범을 앞두고 막판 채용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자동차전지개발센터에서 R&D 전문 인력 수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SDI 역시 전기차·소형·전고체 등 다양한 배터리 관련 경력직 수시 채용을 추진하고 있다.

굵직한 임원급 인재 채용도 눈에 띈다. 삼성SDI는 이달 초 장래혁 카이스트(KAIST) 공과대학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장 부사장은 삼성SDI에서 배터리 기술 R&D를 담당키로 했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달 최경환 전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을 부사장으로 영입해 차세대배터리개발센터장으로 선임했다. 차세대배터리개발센터는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 발주처 확보와 이를 위한 현지 생산거점 마련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부품 현지 생산이 불가피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중순 미국 전기버스 제조시장 1위 기업인 프로테라와 원통형 배터리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프로테라에 공급할 배터리를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5조4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오하이오·테네시주에 배터리 공장 2곳을 건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포드와 합작사 '블루오벌에스케이'를 설립하기로 했으며, 2025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미국에 생산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그동안 현지 생산거점 마련에 소극적이었던 삼성SDI도 미국 시장 진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열린 2분기 실적발표회를 통해 늦지 않게 미국에 진출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올해 4분기부터 진행될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의 본격적인 경쟁에 앞서 최근 전초전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SK배터리 출범으로 배터리 전문기업이 늘어나기 전 인재와 생산거점 확보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아울러 국내 대형 3사의 배터리 사업이 이 시점을 기준으로 흑자전환이 예상되는 것도 경쟁을 격화시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 올 하반기 SK배터리의 흑자전환이 변수 없이 실현될 경우 대형 3사 모두 배터리 사업에서 수익성을 증명하게 된다. 이를 기점으로 시장 선점을 위해 더욱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환경 규제의 영향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이 예견돼 왔지만 본격적인 수익성이 증명된 이후에는 차원이 다른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SK배터리의 출범으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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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