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기가 내려왔다…미국 빠지는 아프간 '공포' 속 혼란

▲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앞에서 탈레반 반대 운동을 벌이는 이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아프가니스탄의 미래가 탈레반의 손안으로 들어갔다. 지난주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짧게는 한 달 안에 수도인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반년을 예상했던 기존의 전망보다 훨씬 기간이 짧았다. 그러나 현실은 더욱더 충격적이었다. 한 달 내 함락 전망이 나온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아프간은 탈레반의 나라로 돌아갔다.

뉴욕타임스(NYT)는 "아프간에서 20년 미국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면서 "미국의 국가 건설 실험은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고, 2400명 이상의 미군이 목숨을 잃고 수천 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전쟁은 아프간 민간인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장악한 날 공황 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기 위해 차량을 몰고 몰려나오면서 카불 시내를 가득 채웠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은 훈련 등을 위해 830억 달러(약 97조270억원)를 쏟아부으면서 전쟁을 했지만, 결국 남은 것은 없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철군 선언으로 아프간 전역에서는 반탈레반 군인들의 사기가 급격히 떨어졌다.

NYT는 "아프간의 갑작스러운 붕괴는 바이든 행정부를 놀라게 했다"면서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길고 황폐했던 전쟁에서 미국의 굴욕적인 마지막 퇴진을 직접 이끈 대통령으로 남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고 전했다.

이제 아프간은 다시 탈레반의 나라가 됐다. 탈레반은 개방적인 정부를 만들겠다고 외신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과연 이들이 1990년대 인권 암흑시대를 포기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이미 카불 중심부에서 사람들은 미용실 등에 나온 여성 광고 등을 지워가기 시작했다고 NYT는 전했다.

카불은 현재 공포와 혼란이 뒤섞인 상태라고 외신들은 일제히 전했다.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았고, 폐쇄된 은행 지점에서는 현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이 몰려들면서 은행 경비원들이 공포탄을 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NYT는 "자사 기자는 몇몇 경찰이 탈레반 전사들에게 항복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면서 "수도 중심에 있는 압둘학 광장에는 탈레반으로 보이는 남성 5명이 차를 몰고 모인 뒤 무장세력에 대해 지지를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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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