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오전 다시 봅시다"...남북 통신선 복원한 첫날 마감통화

이인영 "통일부의 시간 다시 만들어가자"

▲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27일 통일부 연락대표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서울사무실에서 직통전화로 북한 측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오늘 하루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오전에 다시 봅시다."

13개월 만에 연락 채널을 복원한 남북이 27일 오후 5시 마감통화를 진행하고 이같이 인사를 나눴다.

이날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 양측은 이날 오전 11시 4분, 오후 5시 2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창구를 통해 두 차례의 통화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오전 통화는 양측 통신회선 점검 등 기술적 절차로 인해 약 1시간 지연됐지만, 오후 통화는 예정된 시간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진행됐다. 지난해 6월 9일 북한이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판문점 채널을 비롯한 양측의 4개 통신선을 모두 끊은 지 413일 만이다.

통일부와 국방부는 이날 오후부터 매일 2차례에 걸쳐 북한 측과의 정기통화를 이어갈 계획이다. 판문점과 남북연락사무소 통신선을 이용한 남북 간 정기 통화는 오전 9시와 오후 5시, 군 통신선을 이용한 정기 통화는 오전 9시와 오후 4시에 이뤄진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정부는 남북 합의에 따라 오늘부터 남북 간 통신 연락선이 복원된 것을 환영한다"면서 "남북 간 소통이 다시는 중단되지 않고, 복원된 통신연락선을 통해 남북 간 다양한 현안을 논의하고 합의사항들을 실천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북한도 이날 오전 11시 5분쯤 관영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내고 "수뇌(정상)분들의 합의에 따라 북남 쌍방은 7월 27일 10시부터 모든 북남 통신 연락선들을 재가동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날 취임 1년을 맞은 이인영 장관은 별도의 기념행사는 진행하지 않았지만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 장관은 북한에 대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상반기 중에는 남북 대화를 재개하자"고 여러 차례 제안했는데, 취임 1년째 되는 날 답을 받은 셈이다.

최근 '통일부 폐지론'까지 휩싸이며 정치권과 공방을 벌였지만, 남북 대화 재개로 인해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중단됐던 인도적 대북 지원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이날 통일부 직원들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라면서도 "온전히 통일부가 중심이 돼 평화와 남북 협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다시 남북의 시간이 시작됐다"며 "오랜 진통 끝에 남북 간 통신선을 복원했다. 실낱 같은 대화의 끈을 희망으로 키워가면서 온전히 통일부가 중심이 돼 평화와 남북 협력의 길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 장관은 "여전히 돌밭이 우리를 기다리고 메꿔야 할 구덩이도 많지만, 시간이 걸려도 해야 할 일은 다 해야 한다"며 "겸손하지만 당당한 통일부 식구들의 능력을 믿는다. 통일부의 시간을 다시 만들어 가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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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