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체납액 관리 ‘구멍’…최대 수 조원대 부실 관리 의혹

'누계 체납액 축소' 목표 달성 집착…압류 늘면 조직평가 악영향
악성체납자 재산 찾아도 압류 대신 징수 포기 가능성 커

▲ [사진 = 국세청]
국세청은 최근 체납자들의 재산 상태를 파악한 후 회수 불가능이라고 판단될 경우, 압류를 해제시켜주는 정책(누계 체납액 축소)을 추진하고 있다.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19일 아주경제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하지만 정책 추진 과정에서 체납 관리 실태가 매우 부실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누계 체납액 축소가 조직평가와 직결되다 보니 압류해야 할 체납자의 재산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부당 처리된 체납액은 최소 수천억원에서 최대 수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지적과 동시에 역대 최악의 정책이라는 내부 평가를 받고 있다.

18일 국세청에 따르면 누계 체납액 축소 관리는 장기간 압류 중인 재산의 실익 여부를 검토한 후 실익이 있는 재산은 강제징수 재개를 검토하고, 실익이 없는 재산은 압류 해제를 통해 영세사업자의 정상적 활동을 지원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국세청이 지방국세청 산하 세무서에 내린 누계 체납액 축소 방침은 과정을 중시하지 않고, 주먹구구식(?) 목표 달성에 따른 성과주의와 ‘전시행정’의 전형적인 행태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은 관서별로 부당하게 압류된 건이 몇 건인지와는 무관하게 누계 체납액 정리목표율을 미정리세액의 20%로 일괄적으로 정해 놓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존에 정리를 해 온 관서는 이미 목표의 100%를 달성했지만, 정비할 자료들이 많은 관서는 실적이 나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국세청은 이 같은 특성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채 누계 체납액 축소 실적을 BSC(조직성과평가)에 반영키로 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세청 내부에서는 목표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업무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악성 체납자의 재산이 국세 체납 소멸시효 완성 시점 전후에 발견된 경우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국세공무원은 해당 자산을 즉시 압류해 국세 체납 소멸시효를 연장하겠지만, 현재 추진되고 있는 업무 방침에 따르면 압류 없이 소멸시효를 완성시킬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누적 체납액 축소는 납세자 권익보호를 위한 정책이지만, 이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점 또한 적지 않다”며 “무리한 업무추진에 따른 직원들의 피로감과 적법하게 처리되지 않은 업무들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체납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처리하는 건 수는 수백만 또는 수천만이 될 것이고, 실적에 연연하다 보니 부당하게 처리된 금액 또한 최대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작년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태흠 의원은 “매년 수조원씩 발생하는 국세체납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은 지금까지 누적된 체납자와 체납액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시 김대지 국세청장은 "매년 체납액을 더해서 소멸된 것과 중복된 체납액을 제거해야 한다"며 "전체 체납 누계액을 집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부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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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