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등 4대 그룹 대표 靑 초청 오찬 간담회
신중론서 전향적 입장 진전 평가…광복절 특사 가능성↑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상춘재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과 오찬 간담회를 개최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4대 그룹 총수를 청와대로 별도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의 춘추관 브리핑에 따르면, 먼저 최 회장이 “경제 5단체장이 건의한 것을 고려해달라”고 운을 뗐다.
이에 김 부회장이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고, 다른 대표도 “어떤 위기가 올지 모르는 불확실성 시대에 앞으로 2~3년이 중요하다”며 거들었다.
4대 그룹 대표들은 문 대통령에게 이 부회장의 사면 필요성을 에둘러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도, 4대 그룹 대표들도 ‘사면’이라는 직접적인 단어를 언급하지는 않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에 경제 5단체장의 건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인했고, 최 회장이 ‘사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오찬 회동에서 해당 단어가 한 번 등장한 셈이 됐다.
‘주어’는 빠졌지만, 대화의 맥락상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이 “지금은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당초 문 대통령은 올해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사면에 대해 “말할 때가 아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당시에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와도 연결된 측면도 있었다.
청와대도 지난 4월 말 대한상의를 비롯한 경제 5단체가 이 부회장 사면을 공식 건의했을 때만 해도 사면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부회장 사면 건의와 관련해서는 현재까지는 검토한 바 없으며, 현재로서는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달 10일 열린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부터 기류가 바뀌었다. 문 대통령은 연설 뒤 이어진 출입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관련 질문에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서 판단하겠다”면서 “지금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서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더 높여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답했다.
이날 4대 그룹 대표와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의 발언은 특별연설 때의 신중한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8·15 광복절 특사를 통해 이 부회장 사면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비공개 환담에 앞서 모두발언에선 4대 그룹의 대미 투자계획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어떤 쪽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를 많이 늘리니까 그만큼 한국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거나 우리 일자리 기회가 더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던데, 우리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나가게 되면 중소·중견 협력업체들도 동반해서 진출하게 된다”면서 “거기에 우리 부품·소재·장비 등이 수출되기 때문에 오히려 국내 일자리가 더 창출되고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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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