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자, 코로나 걸려도 전파 가능성 낮아..바이러스 적어"

美 CDC, 마스크 규제완화 결정의 과학적 근거 밝혀

▲ 1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주 캐머스의 한 극장에 입장하려는 관객이 백신 접종 카드를 보여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최근 마스크 착용 규제를 완화한 결정 뒤에는 백신 접종 완료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이를 전파할 가능성은 작다는 과학적 연구가 있었다고 CNN 방송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DC는 이날 '질병 발병·사망률 주간 보고서'(MMWR)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연구 결과를 실었다.

CDC가 주도한 이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초기에 모더나와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최전방 의료 종사자의 94%가 백신의 면역 효과로 보호를 받았다.

1회 접종만 한 사람들에게서도 82%의 보호 효과가 나타났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이 연구 결과가 누가, 언제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에 대한 권고를 완화하도록 유도했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자는 코로나19에 걸려도 '바이러스 부하'(viral load)가 훨씬 적다는 연구 결과도 이번 완화 결정에 핵심적 근거가 됐다.

바이러스 부하란 감염자의 혈액 속에 있는 바이러스 양을 가리킨다. 혈액 1㎖당 바이러스 개체 수로 표현되는데 통상 수치가 높을수록 감염이 진행 중이며 전염성이 높다는 뜻이다.

CNN은 "최소 3개 연구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코로나19로 양성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이는 그들이 증상이 있건 없건 몸속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없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3월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의료 종사자 약 4천명을 상대로 매주 코로나19 검사를 했는데 이 중 약 63%가 백신을 맞은 사람이었다. 그 결과 약 11%만이 무(無)증상 감염을 보였다.

특히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두 번 다 맞은 사람은 양성 판정이 나올 가능성이 90% 낮았고, 1번만 맞은 사람도 이 가능성이 80% 낮았다.

최근 1천800여명의 의료 종사자를 상대로 수행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1회 맞은 사람은 유(有)증상 코로나19에 대해 82% 효과가 있었고, 2회 맞은 사람은 94% 효과가 있었다.

CDC는 이 최근 연구 결과가 "많은 선행 연구 결과와 함께 CDC가 권고를 변경하는 데 중심축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 보건 전문가는 이스라엘의 데이터를 들어 이처럼 백신을 맞았는데도 그 질병에 걸리는 돌파 감염(breakthrough infection) 환자의 경우 바이러스가 부하가 크게 낮았다고 지적했다.

피터 호테즈 베일러의과대학 국립열대의학대학원 원장은 이스라엘의 데이터를 인용해 "무증상 돌파 감염은 매우 드물지만 그렇게 된 사람도 바이러스 부하와 바이러스 유출이 극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며 "따라서 백신은 정말로 전염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염성이 높고 치명률도 높은 것으로 알려진 일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일단 현재로선 백신이 매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CDC는 판단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일부 변이에 대해서는 효과가 덜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CNN은 "이론적으로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만 마스크 없이 다닌다면 바이러스가 퍼질 위험성은 거의 없다"면서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 주들이 마스크 의무화를 없앴고, CDC 새 지침이 나온 뒤 더 많은 주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짚었다.

CDC가 마스크 지침을 개정한 뒤 제기되는 가장 큰 불만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 마스크를 쓰지 않을 경우 이를 어떻게 단속할 것이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이를 개인의 양심과 자율에 맡기는 자율시행 방식으로 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우리는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을 체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미식품·상업노동자노조(UFCW)는 CDC의 새 지침이 백신을 맞지 않았지만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빈번하게 노출되는 필수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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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