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명 모여 '비키니 영상' 봤다...'미스 코리아' 예선 실화?

9일 열린 서울 예선..폐지 약속 2년 만에 수영복 심사 부활

▲ 지난 9일 오후 6시 유튜브 채널 <뷰티 한국>서 생중계 된 ‘2021 미스코리아 서울 예선’장면. <뷰티 한국> 유튜브 채널 갈무리
9일 오후 6시 서울 양천구 목동 대한민국예술인센터. 20대 여성 32명이 한 무대에 올라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노래 ‘롤린’에 맞춰 군무를 췄다.


짧은 바지와 치마를 입은 여성들은 모두 ‘노마스크’였다. 객석에는 심사위원과 관객 약 50명이 앉아 이 모습을 지켜봤다. 한 칸씩 떨어져 앉은 이들도 있었지만, 2∼5명씩 붙어 앉은 관객이 더 많았다. 심사위원석에 앉은 사람들 가운데 다수는 남성이었고, 책상에는 흰색 ‘채점지’가 놓여 있었다. ‘2021 미스코리아 서울지역 예선’ 풍경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매일 500~700명선을 오르내리며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와중에 올해도 미스코리아 대회는 열린다.


지난달 27일에는 부산 예선이, 9일에는 서울 예선이 치러졌다. 오는 8월까지 강원·경남을 비롯한 12개 지역 예선이 열릴 예정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참가자, 심사위원, 제작진 합쳐 100명 안팎 인원이 실내에 모인다는 점도 부적절하지만, 더 문제인 건 행사 내용이다.

이날 서울 예선 행사에서 약 10분 분량의 ‘비키니 영상 화보’가 상영됐다. 참가자 전원이 비키니 또는 모노키니(허리 또는 등 부분이 많이 파인 원피스 수영복) 수영복을 입고 여러 포즈를 취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제작해 틀었다.


이 대회를 주최하는 한국일보·글로벌이앤비(E&B) 쪽은 2019년 수영복 심사에 대한 성 상품화 비판을 받아들여 이를 폐지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비키니 수영복은 2년 만에 부활했다.

비키니 수영복 위에 제복 상의를 입히고 장난감 총을 들게 하거나, 신체 일부 또는 사탕을 물고 있는 입을 클로즈업 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과거 ‘미스코리아 수영복’으로 알려진 파란색 원피스 수영복보다 더 선정적으로 느껴질 법한 영상이었다.


이날 관객석에서는 뷰티한국(미스코리아 서울대회 주관사)이 주최하는 ‘키즈 코리아’(6∼13살 여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진·선·미를 선발하는 대회) 출신 어린이 합창단원 9명도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1957년부터 한국일보가 주최해온 미스코리아 대회는 올해로 65회를 맞았다. 긴 역사만큼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여성의 외모·신체에 점수를 매기는 방식 때문에 성 상품화 논란이 매년 불거졌다.


지난 2019년 미스코리아 본선 대회에서는 전년도 수상자 7명이 ‘코르셋과 한복, 동서양의 만남’이라는 제목의 한복 패션쇼를 선보였는데, 한복을 심하게 변형한데다 노출이 많은 의상들이어서 ‘한복 코르셋 논란’에 휘말렸다.

주최측은 올해 지원 자격을 일부 완화했다. 미스코리아 대회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높고 관심은 줄어든 탓에 참가자 확보가 어려워진 때문으로 보인다.


지원할 수 있는 나이를 26살에서 28살로 높였고, 중복 지원도 가능해졌다. 서울 예선에 떨어지면 다른 지역에 다시 지원 할 수 있다. 90일 전까지 해당 지역에 전입해야 하는 규정도 대회 당일 전까지만 전입하면 되도록 바꿨다.

설 곳은 좁아지고 있다. 2002년 지상파 생방송이 중단됐다. 이후 케이블 채널로 옮겨가더니, 지난해에는 오티티(OTT) 플랫폼 웨이브(wavve)에 선공개하고, 포털(네이버),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했다. 9일 열린 서울 예선은 유튜브에서 생중계했는데, 실시간 시청자는 최대 600여명이었다.

주최측은 오는 10월 본선 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대회 공식 홈페이지에는 9월 중 합숙, 9∼10월 중 본선을 치르겠다는 공고가 올라온 상태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지켜본 후 합숙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스코리아 대회 주관사 글로벌이앤비 장성혁 대표는 “성 상품화 비판을 의식해 본사 차원에서 각 지역대회 주관사에 수영복 워킹 등을 삼가라고 권고했으나 서울 예선에서 비키니 영상 화보가 송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전처럼 수영복을 입은 채 무대 위에서 워킹하고 그 자리에서 점수를 매기는 방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보는 사람에 따라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더 주의를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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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