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백신, 화이자 섞어 접종 하면 효과 더 높다?..해외에선 교차 접종 시도

항체, CD8 T세포 모두 자극..두 가지 장점 모두 얻을 수 있어
영국·프랑스·독일 등 코로나19 AZ 백신과 mRNA 백신 교차접종 권고

서로 다른 종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경우 같은 백신을 2차례 맞는 것보다 면역반응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앞서 지난 1월 초에도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늘리기 위해 몇몇 유럽 국가들이 코로나19 백신의 교차 접종을 실시했다.

국내 방역당국은 아직 해외 사례를 좀 더 모니터링한 후에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은 최근 서로 다른 코로나19 백신을 2회 접종할 경우 면역반응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코로나19 백신이 2회 접종이다 보니 1차와 2차 접종 때 서로 다른 백신을 접종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선 1·2차 접종 모두 동일한 제품을 접종하고 있다.

하지만 교차접종의 개념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종백신접종(heterologous vaccination)'이라고도 부르며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말라리아, 결핵 심지어 인플루엔자 등 다른 질병의 백신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항체, CD8 T세포 모두 자극…면역반응 더 강하게 일어나

백신은 체내 면역계가 바이러스로 착각할 수 있는 항원을 공급해 항체를 만들도록 유도한다. 두 가지 다른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면역체계에 2가지 다른 프로필을 보여줘 바이러스를 더 잘 인식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면역치료제를 개발하는 미국의 바이오벤처 그릿스톤 온콜로지라는 기업은 현재 바이러스 벡터와 mRNA를 모두 사용하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앤드류 알렌 그릿스톤 대표는 "바이러스 감염 시 인체는 항체와 CD8 T세포라는 면역세포 반응을 모두 일으킨다"며 "항체와 달리 CD8 T 세포는 바이러스를 직접 인식하진 못하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인식해 파괴한다"고 설명했다.

알렌 대표에 따르면 mRNA 백신은 체내에서 항체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탁월하다. 반면 바이러스 벡터를 사용한 백신은 CD8 T세포의 발현이 매우 잘 일어난다. 그는 "이들을 결합할 수 있으면 두 가지 백신의 장점을 모두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코로나19 AZ 백신과 mRNA 백신 교차접종 권고

이미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의 교차접종을 시도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말 코로나19 백신 접종지침을 공개하며 "두 개의 코로나19 백신 혼합물을 투여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즉 1차 접종 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했다면 2차 접종 때는 화이자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헬렌 플레처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LSHTM) 면역학 교수는 "영국에서 믹스앤드매치(교차접종)는 코로나19 백신 부족 또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보건당국이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와 독일 관계 당국도 이미 AZ 백신을 1차로 맞은 사람들은 2차 접종으로 mRNA 백신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최고보건청(HAS)은 지난 4월 초 AZ 백신의 혈전 발생 논란이 한창일 무렵 AZ 백신을 1차 접종한 55세 미만 연령층에 mRNA 백신을 2차 접종하도록 권고했다.

토마스 마르텐스 독일 백신위원회(STIKO) 위원장 또한 두 가지 다른 백신을 혼합하는 것이 같은 주사를 두 번 투여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플레처 교수는 "두 유형의 백신을 혼합하는 데는 (코로나19 백신 부족을 메우려는) 실질적인 이유도 있지만 과학적인 이유도 있다"며 "두 가지 유형의 백신을 투여하면 동일한 백신을 투여하는 것보다 면역 반응이 더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보건당국 "해외사례 결과 모니터링"

한편 국내 방역당국도 해외 코로나19 백신 교차접종 사례를 파악하고 있어 향후 경우에 따라선 국내에서도 코로나19 백신 교차 접종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내에서 교차접종이 가능해질 경우 최근 백신 수급 등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일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국외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연령을 제한하면서 그 대상에 대해서 2차 접종을 다른 백신으로 접종하는 사례가 있다"며 "교차 접종 효과에 대한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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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