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 윤여정이 결국 오스카의 선택을 받았다. 미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4세의 노장 배우 윤여정은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26일 오전(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과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미나리'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은 '맹크'의 아만다 사이프리드,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즈, '보랏 속편'의 마리아 바칼로바와 경합을 벌였다. 결과는 모두의 예상대로였다.
이민 간 딸 모니카(한예리)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간 할머니 '순자' 역을 연기한 윤여정은 전미 비평가위원회부터 미국배우조합 시상식(SAG Awards)까지 크고 작은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수상하며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유력 후보로 거론돼 왔다.
이날 시상자로는 '미나리' 제작사 플랜 B의 수장인 브래드 피트가 나서 더욱 이목을 끌었다.
"드디어 브래드 피트를 만났다. 영화 찍을 때 어디 계셨나? 정말 만나서 반갑다"고 운을 뗀 윤여정은 "저는 한국에서 왔다. 제 이름은 윤여정인데 유럽 분들은 저를 '여여'라고 부르거나 '정'이라고 부르더라. 모두 용서해 드리겠다"라고 눙쳤다.
이어 "제가 아시아권에 살면서 서양 TV 프로그램을 즐겨 보았다.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됐다는 것이 정말 믿기지 않는다. 아카데미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 저에게 표를 준 분들에게도, '미나리' 가족들에게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정이삭 감독이 아니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거다. 감독님은 우리의 선장이자, 저의 감독"이라고 전했다.
그는 함께 경합을 벌인 후보들에게도 인사를 전했다.
윤여정은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 같은 분과 경쟁하겠나. 그의 훌륭한 연기를 많이 봐왔다. (함께 후보로 오른) 5명이 모두 각자의 역할을 잘해냈다. 저는 그냥 운이 좋아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같다. 또 미국인들이 한국 배우를 환대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우리 두 아들에게도 감사하다. 항상 제게 '일하러 가라'며 종용하곤 한다. 아이들의 잔소리 덕에 이런 상을 받게 됐다"며 농담했다.
마지막으로 "김기영 감독님에게도 감사하다. 저의 첫 번째 감독님이다. 살아계셨다면 정말 기뻐하셨을 것"이라며, 데뷔작 '화녀'의 감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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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