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SPC그룹에 과징금 647억원을 부과하고 총수와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총수 일가의 지분이 많은 계열사를 부당 지원했다는 혐의다. 부당지원과 관련한 역대 최대 과징금이다.
SPC는 파리크라상 등 3개 제빵 계열사가 밀가루와 계란, 햄 등을 생산 계열사로부터 구매할 때 중간 단계로 삼립을 통하도록 했다. 이른바 통행세를 받았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삼립이 별다른 역할 없이 210개 제품에 대해 연평균 9%의 마진을 챙겼다. 이들이 2013년부터 5년간 벌어들인 통행세는 381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에 파리크라상, SPL, 비알코리아 등 3개 제빵계열사는 밀다원 등 8개 생산계열사가 생산한 제빵 원재료 및 완제품을 삼립을 통해 구매했다.
이외에도 계열사인 샤니의 판매망을 정상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삼립에 넘겼고, 삼립은 샤니의 상표권을 9년간 무상으로 썼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공정위는 SPC 그룹이 7년간 삼립에 모두 414억원의 이익을 몰아줬다며, 이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SPC삼립은 SPC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로, 허영인 회장 등 총수 일가가 30% 넘는 지분을 갖고 있다.
공정위는 SPC가 통행세거래가 부당지원행위임을 인식했지만, 외부에 발각 가능성이 높은 거래만 표면적으로 거래구조를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허영인 회장이 주관하는 주간경영회의를 통해 통행세 발각을 피하기 위해 삼립의 표면적 역할을 만드는 등 그룹차원의 법 위반행위 은폐 및 조작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진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은 SPC의 통행세에 대해 “제조법인에서 유통법인으로 가맹법인에서 다시 가맹점으로 유통단계가 많아지게 되었고, 가맹점 출하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결국 소비자에게도 가격이 인상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지적하며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립의 매출을 늘려 주식가치를 제고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계열사 부당 지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47억원을 부과하고, 총수와 전직 경영진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SPC그룹은 “삼립이 주문시스템과 제품 연구개발 등 역할을 했다고 소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향후 의결서가 도착하면 면밀히 검토해 소송 등 대응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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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