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계열사 및 친족기업이 독점하던 1조2000억 원 규모의 구내식당 단체급식이 순차적으로 경쟁입찰로 전환돼, 독립기업들에게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열리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8개 대기업집단(삼성, 현대자동차, LG,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LS, 현대백화점)은 5일 단체급식 일감개방 선포식을 갖고 25년 가까이 계열사 및 친족기업에게 몰아주던 구내식당 일감을 전격 개방하기로 선언했다.
단체급식 시장은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씨제이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 상위 5개 업체가 전체 시장(4조3000억원)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모두 15대 기업집단 계열사 또는 친족기업들이다.
상위 5개 단체급식 업체는 계열사 및 친족기업과의 수의계약을 통해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함으로써 시장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었고, 이러한 거래관행은 25년 가까이 지속돼왔다.
공정위는 2017년 9월 기업집단국 신설 이후 본격적으로 단체급식 시장 구조개선 작업에 착수하고, 대기업집단 스스로 계열사 또는 친족기업과의 고착화된 내부거래 관행을 탈피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8개 대기업집단들은 이에 부응해 그간 관행에서 벗어나 일감개방을 전격 결정했다.
참여 기업집단들은 먼저 기숙사, 연구소 등 소규모 시설들을 대상으로 내년에 약 1000만 식 규모로 일감을 개방하고, 향후 대규모 사업장까지 개방 범위를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 단체급식 시장 현황
단체급식은 산업체의 공장이나 사무실, 연구소, 학교, 공공기관 등에서 특정 다수인에게 계속적인 식사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처음에는 직원 복리후생 차원의 비영리 급식 형태로 운영되다가, 1990년대 위탁급식 형태의 등장으로 영리사업 성격으로 변모해 2000년대부터는 점차 시장이 성장, 대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2019년 기준 약 4조2799억 원 규모로 파악되며 대기업집단 계열사의 시장점유율이 매우 높은 특징을 나타낸다.
단체급식 사업은 식품위생법 등 관계법령이 정한 시설을 갖추면 사업을 영위할 수 있어 비교적 중소기업의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나, 실제로는 시장의 80%를 대기업집단 계열사 등 상위 5개사가 점유하고 있다.
상위 5개 단체급식 업체는 계열사 및 친족기업과의 수의계약을 통해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함으로써 시장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었고, 이러한 거래관행은 25년 가까이 지속되어왔다.
삼성웰스토리는 삼성에버랜드의 급식 및 식자재 유통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된 회사로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업계 1위로 성장했다.
아워홈은 대기업집단 계열사는 아니지만 LG그룹 故 구인회 회장의 3남(구자학)이 별도 설립한 회사로서 친족관계인 LG그룹 및 LS그룹(LG에서 계열 분리)과 오랜 기간 수의계약을 통해 거래해왔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등 범 현대家 그룹들의 단체급식 일감을 차지해 왔으며 씨제이, 신세계 그룹은 계열회사인 씨제이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와 각각 그룹 내 구내식당 대부분을 수의계약하고 있다.
◆ 8개 대기업집단, 단체급식 일감 개방 주요 내용
8개 대기업집단 대표회사의 CEO들은 그룹 전체를 대표해 단체급식 일감개방 원칙을 천명하고, 이를 적극 이행하기로 선언했다.
8개 대기업집단의 연간 단체급식 식수는 약 1억7800만 식 규모이며, 특히 LG는 전면개방 원칙 하에 단체급식 일감을 순차적으로 개방하고 CJ는 65% 이상(367만식) 개방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보였다.
참여기업들은 먼저 기숙사, 연구소 등 소규모 시설들을 대상으로 내년에 약 1000만 식 규모로 일감을 개방하고, 향후 대규모 사업장까지 일감개방 범위를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일감개방 시 지방의 중소 급식업체 등을 우선 고려하거나 직원들이 인근 자영업자 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안도 적극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업체별 단체급식 일감개방 계획을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시범적으로 2개 식당 개방을 결정하고 외부업체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토대로 전면 대외개방을 검토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기존 사업장은 비조리 간편식 부문에 경쟁입찰을 시범 실시하고 연수원, 기숙사, 서비스센터 등 신규 사업장도 경쟁입찰을 할 계획이다.
LG는 내년부터 단체급식 일감을 전면 개방하고 소규모 지방 사업장은 인근 중소·중견 급식업체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말부터 울산 교육·문화시설 내 식당을 중소 급식업체에 개방하고 향후 글로벌 R&D 센터 구내식당도 경쟁입찰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신세계는 현재 42개 사업장(21%)을 중소기업 등에 개방했으며 점차 확대할 예정이고 신규 사업장에 대해서도 일감개방을 원칙으로 추진한다.
CJ는 그룹 내 단체급식 물량의 65% 이상을 순차 개방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우수한 급식 업체를 선정하도록 개선한다.
LS는 기존 계약이 종료되는 사업장부터 순차적 경쟁입찰을 도입하고 모든 사업장에 경쟁입찰이 도입되도록 계열회사를 적극 독려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우선 중소 규모인 김포·송도 아울렛 직원식당을 지역업체에 개방하고 개방규모 확대를 통해 지역 급식업체의 성장발판이 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 기대효과 및 향후계획
대기업집단의 단체급식 일감개방은 단체급식업을 영위하는 독립기업·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뿐만 아니라, 경쟁을 통해 구내식당의 서비스 수준이 향상되면서 내부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단체급식 업체들도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돼 세계적 수준의 급식업체가 탄생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단체급식 일감개방 선포가 일회성 지원 행사에 그치지 않고 건전한 거래관행이 뿌리내리는 구조적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참여기업과 협력해 정기적으로 일감개방 추진상황을 공개하고, 순차적으로 일감개방 범위가 확대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향후에도 국민생활 밀접업종 및 중소기업 주력업종을 중심으로 대기업집단의 폐쇄적인 내부거래 관행 개선을 위한 실태파악 등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단체급식 일감개방 선포식’에서 일감개방이 ‘제 살을 깎아 남에게 주는 것’ 만큼 어려운 일임을 강조하면서, 코로나 시대 상생과 포용적 성장을 위한 기업들의 과감한 결단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대기업집단 CEO들도 이번 단체급식 일감개방 취지에 공감하며, 경쟁입찰 도입을 통해 독립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공존과 상생의 거래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 김현석 대표, 현대자동차㈜ 장재훈 대표, ㈜LG 권영수 부회장 등 대기업집단 CEO가 직접 참석해 일감개방 실천 의지를 다졌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