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전화 10% 반영 놓고 끝내 이견 못좁혀
安 "오세훈, 당 눈치보고 말 바꿔 안타까워..당에 정권 요구해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를 추진 중인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측은 '후보등록 전 단일화'를 위한 협상 마지노선이었던 18일 하루 종일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협상을 이어간 끝에 결국 '결렬'을 선언했다.
애초 양측은 Δ17~18일 여론조사 Δ19일 단일후보 선출에 합의한 뒤 토론회와 여론조사 등 세부 논의를 진행했으나 여론조사 문항과 방식을 놓고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막판에 쟁점이 된 것은 국민의당이 요구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상정한 '가상대결', 국민의힘이 요구한 10%의 유선전화 비율(무선전화 90%) 반영 여부였다.
전날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양측은 이날 오전까지만 협상이 타결되면 여론조사를 거쳐 19일 단일후보 등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협상을 이어갔다.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한 오세훈 후보는 2개 여론조사 기관 중 한 곳은 '적합도'를, 다른 한 곳은 '경쟁력'을 조사하는 새로운 제안을 하기도 했다.
오전 11시 국회에서 오세훈 후보 측 실무협상을 이끄는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과 안철수 후보 측 실무협상 담당자인 이태규 사무총장이 회동을 마친 뒤 여론조사를 둘러싼 양측의 이견을 확인했다며 결렬 소식을 알렸다. 양측은 당초 계획했던 19일 단일 후보 선출은 어렵다고 했다.
양측은 투표용지 인쇄 전(29일)까지 단일화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전했지만, 당장 두 후보가 직접 한 약속이 지켜지지 못하면서 단일화에 대한 우려는 커졌다.
하지만 결렬 사실이 알려진 지 1시간 뒤 협상은 급박하게 흘러갔다. 낮 12시15분,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는 긴급 입장문을 통해 "오 후보가 이날 오전 제시한 수정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실무협상단은 (국민의힘이) 제안한 내용이 불합리하다며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대의를 위해서 수용하겠다"며 "촉박하지만 아직 시간은 있다고 생각하고 마지막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오 후보는 약 40분이 흐른 12시55분 입장문을 통해 안 후보 제의를 환영하며 "협상단이 조속히 협상을 재개하고, 세부방안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단일화 염원에 부응하고, 단일후보 등록 약속이 지켜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다시 '후보등록 전 단일화'에 대한 실낱 같은 희망이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두 후보의 이 같은 입장표명에 시작된 협상은 기대 속에 진행됐지만 15분 만에 막을 내렸다.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만난 양측 실무협상단은 15분이 지난 뒤 협상이 결렬됐음을 알렸다.
양측은 오 후보가 이날 제안한 '2개 기관에서 경쟁력·적합도 각각 조사' 방식에는 접근했지만 유·무선전화 비율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휴대폰이 없는 시민들의 의견도 듣기 위해 반드시 유선전화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민의당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오 후보가 수정안을 제안할 때 유선전화 반영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게 안 후보 측 주장이다. 반면 오 후보 측은 수정안 자체가 유선전화를 배제하는 선언적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하루 종일 긴박하게 돌아갔던 단일화 협상이 끝내 무위로 돌아감에 따라 두 후보는 선관위 후보등록 마지막날인 19일 각자 후보로 등록한 후 다시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후보등록 전 단일화' 합의가 이미 무산됨에 따라 단일화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는 데다, 양측의 갈등이 쌓인 터라 당분간 협상 냉각기를 가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안 후보는 협상 결렬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 후보가 당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바꾸시는 것 같아서 매우 안타깝다"며 "오 후보께서도 당에 전권을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후보끼리 담판을 지을 수 있다"고 오 후보를 겨냥했다.
안 후보는 "협상장에 들어가 보면 오 후보의 입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며 "매번 후보와 당의 입장이 다르면 협상이 진척될 리가 없다.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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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