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를 이어 온 폭스바겐 전문점

워싱턴주의 부테라 모터스

4대를 이어 온 폭스바겐 전문점
-워싱턴주의 부테라 모터스


클래식카는 간단히 정의하기 어렵다. 자동차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기계적인 설계와 디자인, 상업적인 성공 여부, 그리고 시대적 배경 등 여러 기준이 적용된 후 평가받는 것이 클래식카라는 카테고리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오래된 자동차 모두가 클래식카로 인정받고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출고 당시의 기준 및 후세대의 평가 등 여러 기준을 만족시켜야 비로소 클래식카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1950년대 당시 폭스바겐 딜러로 운영되던 모습. 한때 미국 서부 최초의 폭스바겐 딜러십이자 공식 수입업체 중 하나였다

자동차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의 클래식카 분류는 까다로우며 아직은 60년대 이후의 수입차에 관해서는 배타적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공식을 깨고 오랫동안 미국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는 차가 있다. 바로 딱정벌레 같은 귀여운 이미지로 알려진 폭스바겐 비틀, Type-1 시리즈이다. 폭스바겐은 독일 브랜드이고 시대적으로 미국인에게 반감이 있을 법도 하지만 미국에 처음 대량 수입된 브랜드로 60~70년대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시대상을 대표할 뿐 아니라 큰 사랑을 받는 클래식카로 자리 잡았다. 한때는 서부 최초의 폭스바겐 딜러십이자 공식 수입업체 중 하나였으며, 현재는 클래식 폭스바겐 수리와 복원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 워싱턴주의 부테라 모터스(Buttera Motors)를 방문했다.

폭스바겐 딜러와 제휴를 통해 신형 모델의 모든 수리 및 정비를 겸업하며 정비 정보를 유지한다고


딜러에서 시작된 역사


클래식 폭스바겐을 전문으로 정비하며 전문적인 복원 서비스도 제공한다. 딜러 시절부터 사용하던 특화된 공구 구비 및 다양한 숍 매뉴얼, 노하우는 타 업체와 차별화된다. 대표의 취향에 따라 관련 소품들로 꾸며진 숍 내부가 인상적이었다

미국 시애틀의 광역도시인 커클랜드(코스트코의 브랜드인 그 Kirkland가 맞다!)에 위치한 부테라 모터스는 4대째 폭스바겐만을 전문으로 수리하는 숍이다. 이곳은 지역 클래식 폭스바겐 마니아뿐 아니라 미국에서 알려진 스페셜티 숍으로 여러 자동차 관련 미디어에 소개된 폭스바겐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부테라 모터스는 유서 깊은 숍답게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8년, 창업주인 짐 부테라(Jim Buttera)가 설립한 폭스바겐 공식 딜러로 시작해 60년대부턴 폭스바겐의 관리와 정비를 담당하는 전문 숍으로 거듭났다. 현재 4대째 운영 중이며 증손자인 매트 허치슨(Matt Hutchison)이 운영하고 있다.

벽 한편은 폭스바겐 타입1부터 타입4까지 사용했던 특수 공구들로 가득하다. 전문 숍의 노하우가 느껴졌다

미국의 자동차 역사가 길다 보니 유서 깊은 숍들이 제법 많을 것 같지만, 자동차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정비 역시 특화된 기술인지라 대를 이어가며 운영하는 숍들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필자가 클래식카에 처음 입문한 자동차가 폭스바겐이다 보니 4대째 운영되는 보기 드문 숍이라는 사실이 필자를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짐 부테라의 증손자인 매트 허치슨은 4대째 대표이다. 가족 비즈니스라는 특성상 어려서부터 자동차를 접하게 되었고 취미 이상의 열정을 느꼈다고 설명한다

창업주의 증손자이자 대표인 매트 허치슨과 취재를 약속하고 부테라 모터스로 향했다. 지금은 주택이 가득한 거리로 변했지만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 메인도로 역할을 하던 대로에 있는 부테라 모터스는 50년대 당시 지어진 폭스바겐 딜러십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벽돌 건물과 주변의 넓은 주차공간에서 자동차 딜러였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훤칠한 키에 한때 미식축구 선수로 활약했다는 증손자인 매트가 부테라 모터스의 역사와 숍에서 관리하는 클래식 폭스바겐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는 정비도 직접 하는 폭스바겐 팬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이곳은 클래식 폭스바겐은 물론 신형 폭스바겐의 관리와 정비도 함께 하고 있다. 6명의 전문 테크니션이 상주하고 3명의 직원은 창업주의 방계 가족이며 모두 클래식 폭스바겐의 전문가라고 귀띔해 주었다.

1920년경의 부테라 모터스 창업주인 짐 부테라와 그의 레이스카 부테라 스페셜. 그는 전문 레이서이자 엔지니어로 활약하며 레이싱팀 운영과 레이스카 개발로 부테라 모터스의 초석을 다졌다

세대를 이어가며 운영되는 숍이라는 타이틀도 근사하지만, 이곳의 역사를 시작한 짐 부테라의 이력 또한 남달랐다. 그는 1907년 미국으로 건너온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로 1910년부터 20년대까지 전문 카레이서로 활약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전문 레이서이자 엔지니어로 활약하다가 은퇴 후 레이싱팀 운영과 레이스카 개발로 부테라 모터스의 초석을 다졌다. 타고난 자동차 마니아로 50~60년대 인디 레이싱카 개발 자문으로도 활동했으며, 그가 제작한 레이스카와 엔진은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유명 컬렉션인 헤라스 컬렉션(본지 2019년 3월호에 소개된 내셔널 오토모빌 뮤지엄)에 소장 중이라 하니 자동차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창업자 짐 부테라(오른쪽)의 말년 모습. 레이서 출신으로 1950~60년대 인디 레이싱카 개발 자문으로도 활동했다

부테라 모터스의 역사가 담긴 로비를 지나 정비 공간에 들어서면 지금은 접하기 어려운 클래식 폭스바겐 전문 공구로 가득했다. 여러 대의 리프트와 함께 모든 정비를 완벽하게 진행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하고 있었다. 공식 딜러 시절부터 사용했던 특화 장비부터 방대한 분량의 숍 매뉴얼 등 딜러십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아이템들이 시선을 끌었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잘 보존된 폭스바겐 딜러십에 와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다른 한쪽에는 오랫동안 수집한 각종 주유소 간판과 레트로 메모리빌리아(클래식카와 연관된 자동차 관련 수집품)가 눈길을 끌었다. 마침 정비 베이에 있던 67년형 빨간색 비틀과 오래된 주유소 간판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딜러 시절부터 사용하던 마이크로 필름 숍 매뉴얼. 컴퓨터 매뉴얼 사용이 가능해진 지금도 크게 보는 게 가능해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숍 투어를 마치고 건물 뒤편에 있는 주차공간도 볼 수 있었다. 한때 신차들로 가득한 곳이었겠지만 지금은 부품용 클래식 폭스바겐 보관 용도로 쓰인다고 한다. 클래식 폭스바겐을 대표하는 타입1 기반의 비틀, 카르만 기아, 씽(타입181)을 비롯해 타입2 버스와 타입3까지 빼곡히 주차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부품 활용을 위해 별도의 보관 없이 야적된 상태였지만 자연스럽게 산화와 부식이 진행되면서 클래식카들의 파티나(시간이 흘러 부식되는 독특한 모습)에서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건물 뒤편에 있는 부품용 자동차들. 한때는 새 차들로 가득했지만 지금은 야적장으로 사용된다. 보기 드문 다양한 클래식 폭스바겐을 만날 수 있다

취재를 진행하며 매트가 가지고 있는 가족 비즈니스의 애착과 전통 그리고 그의 클래식카 사랑에서 그가 지향하는 기업 정신과 장인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자동차 정비업 또한 소상공인 위주보단 대형 가맹점으로 변화하는 요즘, 세대를 이어 운영되는 독특한 숍이라는 점과 그들이 지향하는 장인 정신이 잊혀 가는 산업 유산을 계승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클래식 폭스바겐 마니아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며 가족 비즈니스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 부테라 모터스를 더욱 특별히 만드는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 Matt Hutchison
매트 허치슨 _ 부테라 모터스 대표


¶ 부테라 모터스의 가장 특별한 점은 4대째 운영되고 있는 역사와 전통이 아닐까 싶다. 여러 정비 업체를 방문해봤지만 대부분 한 세대를 넘기기 힘든 것으로 안다. 자동차 정비업 특성상 기술 계승이 어려운 것이 사실인데 어떻게 사업을 유지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나만의 진로가 있었지만 가족 비즈니스라는 특성상 어려서부터 자동차를 접하게 되었고 취미 이상의 열정을 느꼈다. 물론 친척과 가족들이 정비업에 종사한다는 것도 거부감 없이 작용한 것 같다. 부테라 모터스는 이미 3대째 이어지는 가업이고 나 또한 자동차를 좋아했기 때문에 큰 거부감은 없었다. 요즘은 시대가 바뀌었지만 내가 고등학교 시절만 하더라도 자동차를 직접 정비하고 수리를 할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라 느꼈다. 도로에 멈춘 차들을 직접 봐주고 도움을 주는 것이 상당히 멋지다 느꼈다.


¶ 폭스바겐은 미국에 대량 수입된 해외 브랜드의 시초이지만 그 당시 독일 차라는 이미지로 부정적인 시각도 있던 것으로 안다. 폭스바겐 딜러십으로 시작했을 당시 폭스바겐의 인기가 궁금하다.

폭스바겐이 미국에 처음 소개될 때만 하여도 독일 차의 이미지는 좋지 못했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인지라 적군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강했다. 하지만 그 당시 폭스바겐 타입1 플랫폼은 보디 온 프레임 섀시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겐 충격이었다. 조립과 생산성을 고려해 터널 프레임을 이용한 모듈러 방식으로 간략하게 만들면서도 리어엔진의 성능과 탁월한 무게 배분, 스윙 액슬 서스펜션, 저렴한 가격의 경제적인 소형차라는 이미지는 전후 미국 소비자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 부테라 모터스가 설립된 지 60년 가까이 흘렀다. 폭스바겐 전문 숍으로 성장하며 폭스바겐 브랜드의 발전과 소비자 요구의 변화를 경험했을 것이다. 그동안 미국에서의 폭스바겐의 인기와 앞으로의 클래식 모델 인기 예상은?

폭스바겐 타입1부터 3의 인기는 베트남전 직후까지로 본다. 70년대 히피 문화의 상징 같은 타입2 버스의 인기에 힘입어 80년대까진 쉽게 접할 수 있는 저가형 자동차였다. 70년대 이후 본격적인 일본 소형차 공세와 까다로워진 안전, 배기, 환경 기준으로 인해 입지가 줄어들었고 2000년대 이후에는 클래식카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90년대 이후 폭스바겐은 독창적인 이미지로 절제된 소비층을 형성하고 있다 본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가 대부분으로 안정적인 수요층을 가지고 있다. 몇 년 전 디젤게이트로 한동안 소비자의 외면이 있어 관련 정비업계도 타격이 있었다.
클래식 비틀의 디자인은 시간의 흐름을 느끼기 어려운 클래식함을 가지고 있다 본다. 판매 당시에는 저가 소형차 이미지가 지배적이었지만 지금은 클래식카 하면 떠오르는 가장 기본적이고 간결하며 가장 독보적인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관리나 정비도 손쉽고 마니아층은 고증을 떠나 여러 가지 개조나 커스텀 작업도 쉽게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팬이 많고 커뮤니티도 탄탄해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입문용 클래식카로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다.


¶ 부테라 모터스는 후계자 또한 가족이 운영하는 것이 전통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의 후계자 계획이 궁금하다.

아직 내가 젊어서 후계자 계획은 없다(웃음). 아들과 딸이 있는데, 아들은 자동차에 관심이 없다. 딸은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비행기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자동차 정비라는 것이 타고난 능력은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딸이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 장세민 Samuel Chang
현재 시애틀에 거주 중인 클래식카 마니아. 워싱턴 주립대학과 프렛 인스티튜드를 거쳐 혼다 미국 법인 R&D 센터에서 디자인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195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다양한 차종을 소유하고 있으며 클래식카 리스토어 스페셜리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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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