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4조원 상각·매각
연체율 0.09%P 하락했지만
6월말기준, 5년내 최고 유지
중기·소상공인 부실 여전한듯
국내은행들이 올해 6월 한달간 4조4000억원의 부실채권을 정리(상각·매각)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12월 같은 규모의 연체채권을 정리한 이후 가장 많은 양이다. 하지만 은행 대출 연체율은 전달과 비교해 겨우 0.09%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쳤다. 오히려 6월말 기준으로만 보면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연체율 수치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이 0.42%를 기록해 전월 말(0.51%) 대비 0.09%포인트 하락했다고 20일 밝혔다. 6월에 신규 연체액이 줄어든 영향이다. 6월 중 신규 연체 발생액은 2조3000억원으로 전월(2조7000억)과 비교해 4000억원 줄었다.
또 은행은 보통 분기말 연체 채권 정리(상·매각) 규모를 늘리기 때문에 연체율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올해 6월 연체 채권 정리 규모는 앞선 5월(2조원) 대비 2배가 넘는 4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은행들이 66개월만에 최대 규모로 부실채권을 상·매각했음에도 올해 6월 연체율은 이전 ‘6월말 기준’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6월(0.35%)과 비교해도 0.07% 포인트 상승했다. 2019년 6월말 기준 대출 연체율이 0.41%를 기록한 이후 올해 6월이 최대치다.
특히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와 고물가 등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전년과 비교해 상승했다. 6월말 기준으로 중소법인 연체율은 0.58%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말(0.75%)과 비교하면 0.17% 포인트 내렸지만 지난해 같은 시점(0.45%)과 비교하면 0.13% 포인트 올랐다. 개인사업자대출 역시 올해 6월말 기준 연체율이 0.57%인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16% 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대기업의 연체율은 0.04%에 불과하고 지난해(0.11%)와 비교해도 0.07% 포인트 내려갔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도가 낮은 개인 차주와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에서 부실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여성이 있다”고 밝혔다.
향후 금감원은 취약차주에 대한 채무조정 활성화와 적극적인 연체 채권 정리로 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손실흡수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이달 초에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만나 차질없는 새출발기금 지원을 약속했다. 새출발기금은 2022년 10월 출범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전용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새출발기금이 더 폭넓고 두텁게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하겠다”며 “여전히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상황이 어려운 만큼 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과 함께 추가적인 소상공인 지원방안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올해 10월 17일부터 시행되는 개인채무자보호법이 향후 연체율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3000만원 미만 채무를 연체한 채무자가 상환이 어렵다고 판단한 경우 금융회사에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제도화 했다. 금융당국은 향후 신용회복위원회와 법원 등은 다중채무자나 장기연체자에 집중하고 금융회사는 1차적 채무조정을 담당하면서 사회적으로 채무조정이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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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